약 쓰면 되는데 호흡기 사용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강보험 시스템

약 쓰면 되는데 호흡기 사용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강보험 시스템

희귀질환치료, 유연성과 정교함으로 비효율적 재정낭비 줄여야

기사승인 2018-01-24 00:01:00
약을 사용해 환자를 호전시킬 수 있음에도 건강보험적용을 받기 위해 호흡기를 사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현재의 건강보험 급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도가 정교하지 못하고, 유연성이 없어 재정도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박인숙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주최, 쿠키미디어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날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는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1년-임상의로서 경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희귀질환은 치료에서 진단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종류도 많고 환자도 적어 진단이 어렵고, 진단을 받는다 해도 치료제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치료제가 나온 뒤에는 고가여서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며 진료현장에서 경험한 희귀질환자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오지영 교수는 “희귀질환 진단 검사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단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진단을 사용할 수 없다. 단일 유전자변이에 의한 경우 검사가 가능하고, 검사 기관도 인증을 받아야 가능하다. 또 다른 쪽에서는 유전자 검사로 알 수 있음에도 조직검사를 하지 않으면 산정특례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러한 부분이 진단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제의 경우도 교과서에서는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허가를 받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다. 초고가 신약의 문제는 더 많다. 해외에서는 권고안이 나오고 있지만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 나간다고 하니 환자들이 많은 문자를 보내왔다. ‘약제가 있는데 보험이 안되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 등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초고가 약제는 무상급식과 비슷하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가 있다면 문 케어에서는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의술과 의료는 경제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고립감은 곁에서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채종희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희귀질환관리법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미진단 환자를 희귀질환에 넣는데 1년이 걸리고, 개선된 환자를 희귀질환에서 빼려면 많은 민원을 받는다. 내가 막아도 다른 병원에서 희귀질환으로 특례를 받는다. 이러한 문제를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교과서에 약을 일찍 사용하면 호흡기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호흡기를 걸 때까지 비급여여서 약을 쓰지 못한다”며 비효율적인 급여시스템도 지적했다.

이어 “희귀질환관리법이 더 정교해져야 같은 재원을 합리적으로 나눌 수 있다. 산정특례 하에서 급성기 치료를 하고 이후에는 특례에서 나와 치료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제한된 재원을 어떻게 환자들과 나눌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나라는 재원을 늘려가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형평성 있게 나누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급여기준의 일관성을 지적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건강보험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도입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구잡이 삭감을 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혈우병은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도 잇다. 내 경우도 특정 물리치료를 받는데 병원에서 삭감돼서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심평원에 전화를 하니까 병원에서 치료받으로 오라고 전화가 왔다”며 급여 적용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약계에서는 희귀질환관리법의 기본은 ‘환자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는 “희귀질환관리법의 부족한 부분은 환자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보험을 받는 것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며 “문 케어는 환자 중심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희귀질환의 파이가 적다. 희귀질환의 보험에서 보장하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에서 추산해봤으면 좋겠다. 희귀질환관리법의 가장 베이스는 환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희귀의약품의 정의와 희귀질환 치료제의 정의가 식약처와 심평원이 다르다. 식약처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해도 심평원으로 가면 아무 연관성이 없어진다”며 “이는 보험 등재할 때 희귀의약품의 장점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기관에서 다른 기준을 쓰는 것은 정책 수립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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