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이 치매연구 활성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치매 국가책임제 시대, 치매 정책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개최된 국회 H콘서트에서 이재홍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신경과)은 “치매 연구 과정의 걸림돌 중 하나가 개인정보보호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매 예방과 조기치료를 위해서 연구 지원의 중요성은 다들 공감한다. 그런데 환자들의 검체를 모아 조기진단, 예방대책 연구에 활용하는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며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한 정보 활용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유출과 오·남용 등 피해를 막고 개인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다. 특히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및 활용하거나 제3자 제공은 금하고 있다.
그런데 치매 연구를 위한 보건의료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의료정보가 담긴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가 선결돼야한다. 그러나 대단위 자료를 활용하는 만큼 수많은 당사자에게 공개를 허용 내역에 대해 모두 동의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공적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은 필요한 정보에 제한적 접근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향후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우려를 안고 있다”며 “이를 위해 치매관리를 위한 예방, 진단,치료, 돌봄과 관련한 각 단계별 표준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H콘서트에서는 치매환자를 위한 사회 인프라 조성도 강조됐다.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는 “치매 환자가 혼자 외출했을 때에도 여러 편의시설, 문화시설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보도블럭을 낮추고, 소리나는 횡단보도를 만드는 것처럼 치매환자를 위해서는 어떤 개선책이 필요한지 연구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치매국가책임제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보건영역의 목표설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치매환자 발생률, 연령대를 낮춰 치매관리비용을 낮추겠다는 총체적인 목표 하에 여러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20년까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사업을 추진, 분산돼 있는 의료정보를 연계, 공익적 목적의 연구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운영하고, 보건의료빅데이터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공공적 목적에서 빅데이터는 대단히 무궁무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다만 양날의 칼처럼 한편에는 지나친 상업화와 영리적 오남용이 우려된다. 학계와 의료계,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각각의 의견이 다르고 조율하기 힘든 문제”라며 “빅데이터를 공익적 목적을 중심으로 활용하되 사회적 활용 방향을 공론화위원회 등 여러 의견수렴을 통해 심도있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