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 2018 건강검진, 본격 대응 나서는 의료계

'개악' 2018 건강검진, 본격 대응 나서는 의료계

의사협회, 검진개선위원회 위원 물갈이… 문진표·수가 개선 검토

기사승인 2018-01-26 08:02:03

2018년도, 달라진 건강검진 제도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충돌양상을 보였다. 정부는 국민의 편의와 보장범위를 넓혔다고 주장하는 반면, 내과계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의료인과 검진대상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개악’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한의사협회가 건강검진 개선을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의사협회는 지난 24일 기존 특별위원회 형태로 명맥만 유지했던 ‘검진개선위원회’를 개편하는 안을 상임이사회에 제출해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의협은 기존 20명의 위원 중 12명을 새롭게 선임하고, 관련학회 등의 추천을 받아 3명의 인사를 추가해 23명의 특별위원회로 재구성하기로 했다. 이렇게 구성된 위원회는 현재 거론되는 문진표의 문항과 글씨체, 비용문제 등을 검토하고 적극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의협 관계자는 “건강검진 문제는 단순히 내과계나 검진기관에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 차원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할 사안이라고 봤다”며 “올해 개정된 건강검진은 솔직히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핵심사안은 문진표와 수익감소”라며 “문진표는 마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설문지와 같고, 글씨는 깨알 같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새롭게 추가된 항목이 많아 기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검진결과를 알려야하는 의료기관의 부담이 증가하는데 반해 추가보상은커녕 이윤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2017년과 2018년도 일반건강검진 문진표를 비교한 결과, 의료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설문작성을 위한 어려움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장 글자가 1단계에서 최대 3단계까지 작아졌다. 


2017년 문진표를 기준으로 글자간 간격을 0, 크기를 11, 장평을 100으로 봤을 때, 2018년 문진표는 대표질문의 자간이 -7, 크기가 10, 장평이 97로 줄었다. 심지어 세부문항은 -8, 9, 97로 더 줄어들고, 용어설명이나 구체적인 질문은 -12, 8, 95로 더욱더 작아졌다.

게다가 응답해야하는 문항 수 또한 2017년에는 건너뛰는 문항을 모두 포함해도 23개인데 반해 2018년에는 36개 문항으로 30% 가량 늘었다. 여기에는 술의 종류에 따른 음주량을 개별적으로 묻는 질문이나 응답과정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경향의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한 내과계 관계자는 “고령이나 눈이 좋지 않은 환자들은 문진표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하나하나 일일이 체크를 해야 해 화를 내는 경우들도 있다. 심지어 영유아검진은 연령별로 세분화되고 문항도 달라 복잡하고 번거롭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협회나 학회나 주변에 물어봐도 참석했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문진표를 새롭게 만들거나 제도를 개편할 때면 현장의 전문가들과도 논의를 거쳐야하는데 책상물림만 한 것 같다”면서 논의과정과 구조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논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대한검진의학회 소속 관계자도 “의견을 전달했지만 일부가 반영됐을 뿐”이라며 문진표나 제도가 시행돼 뚜껑이 열리기 전까진 기획자 외에는 알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개선이나 조정이 불가능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계 내 불만과 논의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건강검진 제도를 시행하고 집행하는 기관일 뿐, 의견을 수렴하거나 기준을 수립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건강검진 관계자는 “문진표의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복잡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 수렴해 좀 더 건강에 중요한 내용들을 고려해 반영했고, 하나하나가 나중에 건강을 조언할 때 필요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소비자, 국민의 관점에서 절차적 편의성과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2016년 2차 건강검진종합계획에서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면서 의료계의 반발에 오히려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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