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사라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의혹만 ‘수두룩’

피의자 사라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의혹만 ‘수두룩’

밝혀지지 않는 감염원에 수사 전환기 맞나

기사승인 2018-01-27 09:26:30

2017년 12월 15일,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입원 중이던 15명의 신생아 중 4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신생아들의 사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책임자 추궁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신생아 4명의 부검결과 동일한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역학조사결과 감염을 유발한 균이 사고 전날 투여된 ‘스모프리피드(SMOFlipid)’ 지질영양주사제와 수액세트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경찰은 이대목동병원에서 100ml, 250ml, 500ml 3가지 용량으로 생산되는 주사제 중 성인에게 많이 사용되는 500ml 주사제 1개를 사망한 4명을 포함해 총 5명의 신생아에게 나눠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주사제를 나누는 분주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됐다고 봤다. 다만, 경찰도 질본도 주사제와 수액세트가 어떻게 균에 감염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사건수사는 지질영양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와 수액세트 감염경로를 확인하는데 집중됐다. 그리고 현재 주사제 자체 오염보다 의료진이 영양제를 취급 혹은 주사하는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경찰은 사건 당시 주사제를 처방한 전공의 4년차 강 모씨와 주사제를 사망한 신생아들에게 주사한 간호사 2명,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수간호사와 NICU실장 조수진 교수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갈수록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모양새다.


◇ ‘엉망진창’ 사후대응과 ‘혼돈’뿐인 사건해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의 핵심은 결국 감염이 어디에서 시작됐느냐는 점이다. 문제는 이를 밝혀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역학조사반을 꾸리며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과 즉각적인 공개를 약속했다. 그러나 직접적 사인만 밝혔을 뿐 1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밝힐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12월 17일 오후, 역학조사반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압수수색이 앞서 이뤄진 후였다. 현장보존이나 오염관리는 제대로 되지 못했고, 오염원을 정확히 밝혀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질본은 신생아들의 직접사인인 시트로박터 프론디균이 주사제 등에서 감염됐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NICU 내 주사준비실에 싱크대가 존재했으며 그곳에서도 시트로박터 프론디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질본은 싱크대에서 발견된 균이 스모프리피드 주사제를 오염시킨 원인균일수도 있지만 감염된 주사제를 사용한 후 남은 용량을 버리는 과정에서 오염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존재해 선후과정을 명확히 할 수 없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생존한 신생아들 사이에서 갑작스레 번진 로타바이러스가 병원 내에서 발생한 의료관련감염인지,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감염이 퍼진 것인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동일한 주사제를 나눠 맞고도 생존한 1명이나, 수액세트에서 시트로박터 프론디균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감염돼 사망한 1명에 대한 설명도 명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밝혀지지 않는 감염원 때문인지 경찰은 사람을 통한 탐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에는 주치의이자 NICU 담당 실장인 조수진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한데 이어 19일과 20일 간호사와 수간호사를 역시 소환했다. 지난 25일에는 전공의 강 씨를, 26일에는 조 교수를 다시 경찰청으로 불렀다.

조사과정에서 알려진 사실들을 정리하면 ▲500ml 주사제가 총 7개의 주사기에 나눠졌고 ▲이 중 5개는 상온에서 5~8시간 가량 방치됐으며 ▲일련의 분주과정이 싱크대 옆 주사준비실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의약정보원에 따르면 지질영양제는 개봉 즉시 투여해야하고, 즉시 사용이 어렵다면 2~8도 정도의 저온에서 보관하되 24시간 후에는 반드시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질본은 상온보관으로 균이 수액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시간대를 역추적해 균의 생성시기를 가늠하는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또한 질본의 의견에 따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상온에 방치돼 급속히 번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다음주중 간호사들을 재소환해 관련 사실을 추궁할 계획이다.

하지만 26일 소환된 조 교수의 변호인인 이성희 변호사는 “신생아들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료진들의 잘못만으로 사건을 종결하긴 힘들다”면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확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분주과정 또한 병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의 원칙에 따라 이뤄진 만큼 잘못됐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사건의 본질은 감염원을 밝히는 것이다. 조 교수나 전공의의 감염관리책임에 대해 따지기에 앞서 감염이 어디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먼저 확정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책임질 사람 어디 없나? 떠넘기기 바쁜 병원, 정부, 의료계

이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결국 사건은 세균이 번식해 감염이 이뤄진 시점과 세균의 발생 원인을 밝혀야하는 원점으로 회귀한다. 그리고 피의자로 연일 경찰에 출두하고 있는 5명의 의료인은 참고인의 신분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경찰은 여전히 이들을 살인을 저지른 범죄의 용의자로 보고 있다. 식약처를 비롯해 질본, 건강보험심사평가원까지 의료진들이 원칙을 위배한 행위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또한 별다른 항변이나 책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와 병원의 감염관리체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인 개개인에게 죄를 물을 것이 아니라 병원과 정부가 조장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잘못된 심사체계와 건강보험 급여체계가 만든 비극이라고 사안을 평했다.

그는 “심평원이 바이알의 분주를 원칙으로 삭감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손해를 보겠다는 병원은 없다”며 의료진 또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병원의 심사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직원의 위치일 뿐이며 평소 인력의 1/3 수준으로 신생아의 생명을 지키려 고군분투한 죄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 또한 “거대한 건강보험체계와 병원 시스템 안에서 의사와 간호사 각 영역이 관리하고 감독하는 범위와 책임이 다르며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며 “의사의 관리책임을 묻기에 앞서 관리의 범위와 실질적인 책임의 영역을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계기로 TF를 구축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NICU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NICU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연쇄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이나 의료진 또는 병원, 유가족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나 지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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