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아동·청소년의 67%가 성인 병동에서 치료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청소년 정신장애에 특화된 치료환경이 부족하고, 치료과정에서 인권보호 수준도 낮다는 것이다.
29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정신의료기관의 아동․청소년 인권증진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됐다.
인권위는 지난 해 정신의료기관 입원 경험을 가진 아동․청소년(103명)과 종사자(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160명)를 대상으로 정신장애 아동․청소년에 대한 치료, 입원환경, 사생활 및 개인정보 보호,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교육 및 프로그램 등에 대한 권리보장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아동․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치료 및 오락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는 23.3%,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는 26.0%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은 ▲자신의 질병상태나 치료계획 ▲진료(치료)과정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고지 받지 못한 경우가 각각 33.0%, 25.2%로 조사됐다. ▲CCTV촬영에 대한 동의 요구 ▲개인정보 보호에 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응답도 각각 55.3%, 35.0%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담당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알게 돼 비밀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견은 19.4%로 조사됐다.
아동․청소년 응답자의 14.6%는 입원 시 폭력을 경험했고, 그 중 40.0%는 폭력 경험 시 즉각적인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격리와 강박을 경험한 아동․청소년의 경험율은 각각 43.7%, 25.2%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우 조치에 대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는 비율이 34.7%였고, 적절한 보살핌(물이나 음식물, 화장실 이용, 혈압 또는 맥박체크)을 받지 못했다는 비율도 34.7%로 조사됐다.
또한 아동․청소년 응답자 중 18.4%가 정신과적인 진료 또는 입원을 원할 때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답해 치료의 즉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의 40.1%는 입원한 아동․청소년이 퇴원 후 복귀할 적절한 장소가 없어 입원기간이 길어졌다고 답해 퇴원 후 사회복귀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특화된 정신의료 전문치료시설과 지역사회재활시설의 확대 ▲아동․청소년을 위한 시설환경(또는 치료 조건) 및 관련 치료 지침 마련 ▲ 아동권리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증진 등 논의가 이어졌다.
최혜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국내에서는 정신건강장애 치료에 있어 아동·청소년이라는 점에 대한 고려가 없다. 정서적, 심리적으로 예민하고 성장 과정임에도 성인과 같은 방식으로 격리·강박을 당하고 있다”며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개인과 가족, 공동체가 처할 수 있는 어려움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를 진행한 박민현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아동·청소년 병동은 모든 분야에서 만성적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병원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봉사차원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한 격리병동을 운영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정책적으로라도 분리병동이 운영될 수 있도록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