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랜차이즈 업계가 틔워낸 상생의 꽃망울

[기자수첩] 프랜차이즈 업계가 틔워낸 상생의 꽃망울

기사승인 2018-01-31 05:00:00

연꽃은 늪이나 진흙 속에서도 꽃을 피워낸다. 불교에서는 연꽃의 이러한 특성을 더럽혀지지 않는 자성과 비교하기도 한다. 역경 속에서 꽃잎을 피워내고 진흙 속에서도 본질을 유지하는 특성 때문이다.

지난 한해 유독 힘들었던 프랜차이즈는 조금씩 상생이라는 꽃잎을 틔우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직접고용 사태를 마무리한 뒤 가맹점주 협의회와 ‘가맹점 손익개선 및 상생경영 방안’ 협약을 통해 필수품목 축소, 공급가 인하, 본부 마진율 축소 등을 결정했다.

파리바게뜨 상생안에 이어 뚜레쥬르 역시 지난 29일 브랜드와 제품 통일성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목 중 생지 등 300여개 제품의 가맹점 공급가를 최대 20% 인하한다고 밝혔다.

빵 반죽인 생지는 가맹점이 본사에 주문하는 전채 주문금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따라서 생지가격인하는 임대료와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커진 부담을 다소 경감시켜줄 수 있는 실질적 체감으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생협약 중 눈에 띈 것은 가맹점주 계약갱신요구권을 20년까지 늘린다는 점이다. 현재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까지로 보장하고 있다. 특별히 본부와 가맹점간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아닌 한 20년간 사업안정권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협약식에 참가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진일보된 상생방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상생협약강화에 대해 고민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에게 어느 정도의 가이드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에 있는 모든 프랜차이즈가 뚜레쥬르 본사처럼 여유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면 사정에 맞춰 대안을 마련해 실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천하는 상생을 강조한 셈이다.

이와 더불어 공정위는 구입강제품목 개수 축소, 가맹금 수취 로열티 방식 전환 정도를 가맹본부 협약이행 평가요소로 새롭게 추가한다. 지난해 발표한 자율실천방안을 제대로 이행한 가맹본부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제외됐었던 상생협약 모범사례에 가맹본부를 추가해 연말에 이를 치하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제빵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두 기업의 이번 협약은 가맹점주들이 일선에서 사업함에 있어 겪는 직접적인 불편함과 부담을 덜어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정부부처가 상생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에게 직간접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상대적 갑인 가맹본부의 ‘선심’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이뤄질 수 있는 기초가 닦여진 셈이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는 법이다. 작게 망울진 이 꽃봉오리를 프랜차이즈 업계가 다 같이 크게 피워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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