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수술한 사람이 의사가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을 수술한 사람이 의사가 아닐 수도 있다”

전공의들이 응답한 병원 내 무면허진료보조인력 운용실태

기사승인 2018-01-31 01:00:00

만약 진료를 받고 있는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이가 수술이나 처치, 의약품 등의 처방과 같은 의사 고유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한 번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

전국에서 환자를 돌보며 수련을 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안치현, 이하 대전협)가 2017년 9월29일부터 10월31일까지 전체 전공의들에게 병원 내 무면허진료보조인력(UA, Unlicensed Assistant) 운용실태에 대해 물었다.

이들이 UA라고 부르는 ‘무면허진료보조인력’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력 중 의사가 아닌 이들로 의료법 상 허용된 의사 고유의 업무를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수행하고 있는 간호사 또는 의료기사 등이다. 엄밀히 말해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총 248개 수련기관 중 설문에 제대로 응답한 56개 의료기관에서 의료법 위반행위를 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전체 전공의의 30%에 달하는 3800여명이 응답한 결과, 56개 병원 중 UA를 보지 못했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빅4라고 불리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신촌세브란스병원 조차 전공의 10명중 7~8명이 UA를 봤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모두가 ‘있다’고 응답한 병원은 강릉아산병원, 건양대병원 2곳이었고, 90%이상이 ‘있다’고 응답한 곳도 강원대, 동국대일산불교병원, 을지대병원, 울산대병원, 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5곳이었다.

UA가 의사의 지시 혹은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홀로 약을 처방하는 것을 봤다는 이들은 평균 10명 중 3.5명이었다. 평균보다 많은 이들이 UA의 의약품 처방행위를 목격한 병원 중에는 빅4에 속하는 삼성서울병원(30.4%)과 연세대신촌세브란스병원(39%)도 있었다. 

강북삼성병원의 경우에는 응답자의 100%가 봤다고 답해 불법적인 의약품 처방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광대산본병원, 서울의료원, 영남대병원에서는 UA의 독립적 처방행위가 목격되지 않았다고 보고됐다.


의약품 처방과 함께 UA가 직접 환자의 환부를 찢거나 봉합하는 등 침습적 술기를 행하거나 집도하는 경우를 목격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UA가 독립적으로 침습적 술기를 행하는 것을 직접 봤냐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2.2명은 봤다고 응답했고,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도 10명 중 1명은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침습적 행위를 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병원은 충북대병원과 원광대산본병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직접 수술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지 않았던 곳은 원광대산본병원, 제주대병원, 강릉아산병원, 서울의료원, 충북대병원, 순천향대병원 등 13곳으로 많았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2.9%)이나 서울아산병원(5.9%), 서울대병원(9.2%), 연세대신촌세브란스병원(17.6%)도 자격이 없는 보조인력이 수술을 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강북삼성병원은 10명 중 5명은 수술이나 침습적 처치를 하는 장면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나 가장 심각했다.

이와 관련 대전협 관계자는 “병원들은 의사 수급문제를 비롯해 재정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의든 타의든 UA의 불법적 행위로 인해 수련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경우들이 있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해야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만약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처방이나 수술, 처치가 이뤄졌다면 엄연히 불법”이라면서도 “수술실 등을 직접 들어가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적발이 쉽지 않다”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이어 “복지부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의료계와 간호계, 전공의협의회 등과 보조인력의 업무범위 외 행위에 대해 논의하고자 수차례 시도했다”면서 제도화나 합법화가 아닌 문제해결 차원에서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전협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개진을 부탁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