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롤’ 개발사입니다” 게임사가 문화재 환수에 눈 돌린 배경은

“우리는 ‘롤’ 개발사입니다” 게임사가 문화재 환수에 눈 돌린 배경은

기사승인 2018-01-31 11:23:43

“라이엇게임즈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저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줄여서 ‘롤’이라고 불리는 게임을 개발한 회사다. 본사는 캘리포니아에 있다”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한국대표는 31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문화재 언론공개회에서 이같이 운을 떼며 게임사가 어떻게 문화재 환수에 뜻을 두게 되었는지를 소개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문화재 ‘효자세자빈 책봉 죽책’이 경매 매물로 나오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과 협업으로 국내 환수를 성사시켰다. 

이날 행사장에는 문화, 정부부처, 게임 등 다분야 출입기자가 한 데 자리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말로 게임사에 관한 기초적인 소개를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롤’ 서비스 이후 문화재 관련 공헌활동을 계속 했다. 게임회사와 문화재 지원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하는데 청소년과의 연결 고리를 생각한다. 지금도 매일 100만 명 이상이 게임을 하고 있다. 그 중 90%는 10~20대다. 이들이 우리 게임을 즐겼기에 이 사업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이 간접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효자세자빈 책봉 죽책은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1808-1890)가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된 1819년(순조 19년) 당시 수여된 것으로, 전형적인 조선왕실의 죽책 형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공예품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왕실 의례 상징물이다. 조선왕실의 어책과 어보는 조선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의 시대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유물로,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죽책은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되던 중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개인에 의해 보존 중인 사실이 밝혀지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등이 라이엇의 지원을 받아 마침내 고국으로의 귀환을 성사시켰다.

이 대표는 “이번 환수가 뉴스로 다뤄지면 죽책이 뭔지, 효자세자빈 책봉이 뭔지 책도 찾아보고 자료도 찾아보게 될 거라 생각한다. 저희 게임회사가 문화재 활동을 의미가 각별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주 영화 ‘코코’를 관람했다면서 “거기 보면 멕시코 사람들의 독특한 세계관이 나온다. 사람이 심장박동이 멈추면 첫 번째로 죽고, 이승에서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마침내 소멸한다고 한다. 그 시각이 굉장히 재밌었다. 역사와 문화재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선조를 기억할 때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소개했다.

공개회에 참석한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번 문화재 귀환은 아직 다른 땅에 있는 문화재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보여준 매우 유의미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종로 |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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