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사고, 배상금 더 이상 못 받을까

의원급 의료사고, 배상금 더 이상 못 받을까

분쟁중재원, 의원 강제추가징수 통보 vs 의사협회, 소송 불사 “거부”

기사승인 2018-02-01 05:30:16

의료사고보상금 대불제도 논란이 다시금 불붙었다. 그로 인해 의원급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보상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의료분쟁 조정 후 배상금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재원이 모두 고갈된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추가납부를 거부하고 나섰다.

정부는 2012년 4월 의료사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와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의료사고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시행했다. 제도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에서 피해보상금을 지급하지 못 할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이 미지급금을 대신 지불하고 구상권을 통해 손해배상의무자로부터 대불금을 회수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문제는 대불을 위한 재원. 법 시행 초 재원마련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633만6700원 ▲종합병원 106만9260원 ▲병원 11만1030원 ▲의원 3만9650원 ▲치과병원 11만1030원 ▲치과의원 3만9650원 ▲한방병원 7만4020원 ▲한방의원 2만6430원 ▲요양병원 7만2170원 ▲보건의료원 11만1030원을, ▲약국 ▲조산원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는 각 1만원을 냈다.

이렇게 총 37억8478만원이 모였다. 이에 분야별로 모인 재원은 개별 분야별 의료사고 보상금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2015년 1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집단 C형간염 감염사태가 벌어진 ‘다나의원’ 사건으로 인해 의료계 재원이 고갈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중재원은 최근 의과 재정이 고갈된 만큼 재원 확보를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 2만9678명에게 7만9300원씩을 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해야할 요양급여비용에서 강제징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들에게 전달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로는 지난 23일 중재원으로부터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이 도착했다. 이에 의원들은 물론 의협은 ‘추가징수 불가’입장을 분명히 하며 크게 반발했다. 당장 의협은 30일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과 철회요청 공문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중재원으로 발송했다.

‘안정적 진료환경 보장’이라는 대불제도 입법취지를 간과한 채 의료기관에게만 대불비용에 대한 부담의무를 지워 법 적용의 형평과 평등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다. 재산권 침해와 과실 책임원칙 위반도 지적했다.

제도의 당사자는 의료기관 개설자와 환자 모두이지만 비용부담은 개설자에게만 부담시켜 법 적용의 형평성을 깨고,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이유로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포괄적으로 적용하ᅟᅳᆫ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주장도 더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그간 중재원은 안정적 진료환경 보장이라는 목적은 등한시한 채 피해자의 빠른 구제에만 신경 썼고, 제도의 현실적 개선책은 마련하려하지 않고, 재원이 고갈됐다며 강제적인 징수집행을 통해 재원조달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재원에게) 제도의 현실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제도 개선 전까지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음에도 일방적인 공고를 통보했다”며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위헌소송 등 모A든 수단을 동원해 중재원의 추가징수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발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법 시행에 앞서 의협이 제기한 대불제도의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 위배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추가로 징수할 비용은 결손을 보충하는 정도에 불과하고 초기와 같은 정도의 금액으로 장기적·정기적으로 징수할 가능성이 없다”며 위헌소송을 기각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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