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판 ‘미투운동’, 우리는 와인스타인을 내쫓을 수 있을까

[친절한 쿡기자] 한국판 ‘미투운동’, 우리는 와인스타인을 내쫓을 수 있을까

한국판 ‘미투운동’, 우리는 와인스타인을 내쫓을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8-02-02 14:03:00

“나도 피해자다(me too)” 

애슐리 저드,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 유명 여배우들이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지난해 10월 폭로했습니다. 또 다른 배우, 영화사 직원, 모델 등의 증언이 이어지자 와인스타인은 결국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여성들의 고발은 사회 각계각층으로 번져 성폭력 혐의를 받는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와 존 코니어스 미국 하원의원을 자리에서 끌어내렸습니다. 

한국에서도 ‘미투운동’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효경 경기도의회 의원은 1일 자신의 SNS에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동료 남성의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앞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백이 미투운동의 촉매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지난 2010년 10월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강제추행 당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후 법조계와 대학가 등에서도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며 미투운동이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러나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투운동을 통해 실질적인 태도 변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성희롱·성추행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1993년 대한민국 최초 성희롱 관련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서울대학교 우모 조교가 신모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건입니다. 우 조교는 당시 ‘꽃뱀’ 또는 ‘목적이 있어 고소한 것’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죠. 25년이 지났지만 피해자가 받는 2차 가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대학 내 ‘카톡방 성희롱 사건’이나 성추행 사건 등을 폭로하는 숱한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는 근신 등 ‘솜방망이’에 불과했습니다. 미투운동이 단순히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성폭력 관련 서 검사에게 감찰 협조를 설득했던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사건 덮기에 급급했던 당시 상급자들의 모습을 폭로했습니다. 임 검사는 “피해자를 확인한 뒤 감찰 협조를 설득하는 도중 윗선을 질타를 받았다”며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냐’고 호통을 쳤다”고 전했습니다.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을 받는 최 의원은 “성추행 사실을 무마한 적이 없다. 피해자가 스스로 덮은 것”이라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사건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아 덮었다’는 말은 뒤늦게 논란이 된 성폭력 사건에서 흔히 접하는 주장입니다. 피해자는 숨고 주변에서 침묵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성폭력 근절은 더욱 요원해질 것입니다. 

법 개정도 필요합니다. 현재 법안으로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근무장소 변경 조치 등이 담긴 개정법안은 오는 5월에서야 시행될 예정입니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도 늘고 있지만, 가해자 처벌을 위해서는 피해자가 직접 나서야 하는 실정입니다.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또 다른 와인스타인에게 죄를 묻기 위해서는 ‘me too’뿐만 아니라 ‘with you(당신과 함께한다)’라는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용기 있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실질적인 제도 개선 촉구가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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