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의 꽃’ SKT가 보여준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나

‘5G의 꽃’ SKT가 보여준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나

기사승인 2018-02-06 11:20:33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까지 붙여가며 5G 통신을 주고받는 자율주행차 시연을 선보였다. 인공지능(AI)과 양자 암호 보안 기술까지 더한 자율주행차가 시험도시 ‘K시티’에서 내년 상용망 적용을 목표로 내달렸지만 완전 상용화까지 남은 과제들도 적지 않다.

◇ 스스로 판단하는 5G 자율주행…양자 암호화 보완까지

SK텔레콤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은 5일 화성 자율주행 실험도시 K시티에서 2대의 5G 자율주행차가 교통 정보를 주고받는 ‘협력 운행’을 시연했다. SK텔레콤과 공단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36만㎡(약 11만평) 규모의 KT시티 전에 28GHz 대역 5G망을 구축했다.

이날 방송인 김진표씨를 태운 시연 차량들은 서로 또는 신호등·관제센터와 교통상황을 주고받으며 자동차 전용도로, 교차로, 저속구간(스쿨존) 등으로 구성된 복합 코스를 완전 자율로 주행했다. 이들 차량에는 5G 차량통신(V2X), 3D HD맵, 인공지능 딥러닝 기반 주행 판단 기술이 적용됐다.

2대의 자율주행차는 고속주행 구간에서 시속 65km 속력으로 나란히 주행하거나 관제센터로부터 긴급공사 구간 정보를 전달 받아 경로를 재설정하기도 했다. 사고 상황을 발견하고는 뒤따르는 차량과 관제센터에 상황을 전달, 속력을 줄이고 주행 차선을 바꿔 통과하도록 했으며 교차로에서 통행 우선순위를 정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 밖에도 이들 자율주행차에는 스쿨존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속력을 줄이거나 차도에 낙하물이나 사람이 발견되면 CCTV로부터 상황을 전달받고 멈춰서는 등 국내 중소기업들의 다양한 솔루션이 적용됐다.


일련의 자율주행 기술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차세대 5G 네트워크 환경이 요구된다.

이는 5G가 기존 LTE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진 전송속도뿐 아니라 1ms(0.001초) 수준의 초저지연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연시간 100ms에서 시속 100km로 주행하던 차량이 정지하는데 필요한 거리는 약 2m 80cm인데 10ms에서는 약 28cm로 줄일 수 있다.

또 이날 SK텔레콤과 공단은 주행도로의 차선 정보와 주변 교통표지판, 신호등 등의 정보를 cm 단위로 표현한 HD맵도 공개했다. V2X와 3D HD맵 정보를 활용하면 자율주행차의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등 센서 성능이 저하되는 악천후·야간 상황에서 보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K시티에서의 하루 테스트에서 만들어지는 HD맵 데이터만도 하루 수백 GB 이상의 용량에 달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5G 초고속 통신 환경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최근 글로벌 HD맵 전문기업 히어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올해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로에 HD맵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향후에는 현행 ‘T맵’ 서비스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주행 판단 인공지능도 소개됐다. 5G로 수집되는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차선변경, 속도 조절, 우회로 이용 등을 판단하는 기술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양자 암호화 보안 모듈을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특정 패턴이 없는 빛의 속성을 응용한 ‘QRNG’ 기술로 데이터를 완전 난수로 암호화 해 해커가 판독 불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 날씨 등 난제 해결은 아직…SKT 역할은?



SK텔레콤은 자율주행을 위한 5G 차량용 통신을 내년 주요 지역 상용망에 적용할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남아있다.

이날 시연을 진행한 김진표씨는 SK텔레콤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레벨4 수준에 육박하는 자율주행”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에 따르면 운전자가 100% 차량을 제어하는 레벨0부터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까지 5단계로 자율주행 수준을 구분한다.

실제 이날 자율주행 시연 차량들은 위급 상황에도 스스로 대처하고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는 K시티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이뤄진 것이다. 

K시티와 같은 환경은 대규모 시설에서 필요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연출할 수 있어 기술 개발에 용이한 반면, 더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최근 경쟁사인 KT 역시 일반도로에서 3대의 자율주행차가 상호 통신하며 주행하는 대통령 초청 시연을 선보인 바 있는 등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표현도 적절하지는 않다. 복수의 차량이 정보를 주고받는 자율주행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IT 기업이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날씨라는 난제도 남아 있다. 아직까지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산업·학계 등에서는 기상 변화, 특히 눈이 내리거나 쌓인 상황을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SK텔레콤 역시 이에 대한 연구는 시작 단계다.

SK텔레콤 측은 K시티에 기상 변화에 따른 자율주행 연구 시설을 올해부터 구축할 예정이며 HD맵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한 도로·기상청 정보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날씨나 센서 감지거리 한계 등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또 SK텔레콤이 K시티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기술을 내년 상용망에 적용한다는 것은 온전한 ‘자율주행 상용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에 요구되는 5G 네트워크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신사며 실제 차량을 개발하는 자동차 제조사, 관련 제도 등을 정비하는 정부의 역할 등이 남아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SK텔레콤이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는 자율주행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HD맵”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뿐 아니라 향후 맵에서 쇼핑 등까지 가능한 실제와 가상의 연결 서비스 플랫폼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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