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서지현 성추행 사건’ 성 아닌 갑·을 문제”

임은정 검사 “‘서지현 성추행 사건’ 성 아닌 갑·을 문제”

기사승인 2018-02-06 14:24:44

서울북부지검 임은정(44·사법연수원 30기) 검사가 고(故) 김홍영 검사를 떠올리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아울러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이 성 문제가 아닌 갑과 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조하고 싶었던 검찰 개혁 촉구와 관련한 기사가 적어 아쉽다”며 “기사에 소개되지 않은 일부 글을 올린다”고 운을 띄웠다. 

임 검사는 “지난주 어느 저녁, 고 김 검사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통곡으로 근황을 전했다”며 “떠들썩한 검찰 관련 뉴스에 아들 생각이 사무치신 듯하다”고 말했다.

고 김 검사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근무하던 중 상사인 김대현 부장검사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지난 2016년 5월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 업무 스트레스와 직무에 압박을 받았다는 내용을 적었다. 이후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와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근무한 2년5개월 동안 다른 검사 등에게 폭언 및 폭행 등 17건의 비위 사실이 확인돼 ‘해임’ 처분을 받았다.

임 검사는 “고 김 검사가 떠난 지 아직 2년이 지나지 않았다”며 “한 맑은 영혼이 억압적인 조직문화에 눌려 헉헉거리다 우리 곁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서 검사의 일 역시 한 개인의 문제 혹은 남자 상사들과 여자 후배들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는 조직에서 강자와 약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 검사는 “검찰이 법을 적용·집행하면서 정작 검찰 내부는 치외법권인 것 같다”며 “상급자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받지 않았기에 업무 영역은 물론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도 권력 일탈과 남용이 인용돼 불행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검사들은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당했다”며 “위법한 지시에 항명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검사들은 오히려 징계를 받거나 지속적으로 낮은 인사평정, 표적 사무감사 등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서 검사의 일은 내가 겪은 일이기도 하고 고 김 검사의 일이기도 하다. 또 많은 검사·수사관·실무관이 겪고 있거나 곧 겪을 일”이라며 “왜 간부들의 업무적, 업무 외적 일탈에 거침이 없었는지, 감찰 등 브레이크 장치가 왜 전혀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검사들이 침묵하고 방관했는지, 검찰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전체적인 틀에서 진단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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