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받은 수술, 감염된 도구로 이뤄졌다?

당신이 받은 수술, 감염된 도구로 이뤄졌다?

달라지지 않는 감염관리에 종합대책 내놓겠다는 정부, 이번엔 달라질까

기사승인 2018-02-09 00:06:00
하루에도 수백, 수천건의 수술이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자주 시행되는 33개 주요수술건수만 2016년 기준 179만4000여건에 달한다. 간단한 수술이라도 ‘수술’이라는 명칭이 붙으면 피부를 째거나 기구를 삽입하는 등 침습적 행위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렇게 침습적 수술에 사용되는 도구만도 수십가지가 넘는 상황에서 과연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아쉽지만 전문가들은 메스(수술칼) 등 침습기구에 대한 소독·멸균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의료기관들이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의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2017)’이나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의료기관 사용 기구 및 물품 소독지침(2017)’에 따라 소독이나 멸균, 멸균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별도의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소독·멸균이 이뤄지는지 여부는 의료법상 ‘의료기관 인증’을 위한 점검지표 2가지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표조차 ‘멸균기를 정기적으로 관리하는가’, ‘멸균물품을 관리하는가’ 2개에 불과하다. 결국 4년에 한 번 이뤄지는 인증기간에만 관리하면 그만이다. 그 마저도 의원급 의료기관 등은 인증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19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2014년 진행한 소독·멸균 관리연구에 따르면 일부 병원에서 생물학적 지표를 이용한 멸균확인을 누락하거나 확인을 하더라도 확인주기를 권고안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 감염관리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사전예고 없이 지침에 맞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태국은 강제성 있는 지침을 내세워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의료기관 멸균상태를 감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증기간에만 신경 쓸 뿐”이라고 말했다.


◇ 사후약방문조차 ‘급급’한 정부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의료관련감염 관리의 허술함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쿠키뉴스는 지난해 국민일보의 <수술도구 돌려막기> 기사에 이어 <국내병원 수술기구 멸균실태>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멸균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기사에서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국내에서의 의료기구로 인한 감염확산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선진국 수준의 소독·멸균 기준 및 주기 설정 ▲실질적 이행을 위한 보고의무화 ▲예고 없는 상시조사 및 시정명령의 실효성 확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보건복지부는 “감염·소독 점검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하고, 실질적인 지침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하며 ▲정부차원의 일제점검 ▲실효성 있는 지침 및 점검체계 마련만을 약속했다. 

그리고 확인결과 복지부는 약속만 지켰다. 그마저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지침과 고시는 분명 마련돼 전파됐고, 전수조사도 이뤄져 11개 기관에 대한 시정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침은 여전히 이행의무가 없고, 조사는 의원급이 제외됐으며, 결과는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조사결과가 공개될 경우 병원들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보공개법 상 예외규정인 기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며 “공개를 위한 법적 조항이 없는 한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침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 또한 없고, 조사권한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가지고 있어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정기조사나 실태조사를 하기는 힘들다”면서 “최근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일제점검이 이뤄졌다”고만 답했다.


◇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은 과연?

일련의 답변에 전문가들은 한숨으로 일관했다. 이어 정부의 의지부족을 일제히 질타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관리는 분명 많은 재정과 인력이 소요된다. 막대한 자원을 들여도 티가 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앞선 기사에서 언급된 방안을 포함해 ▲충분한 감염관리 재원과 인력 확보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체계 구축 ▲의원급 의료기관 등 관리감독 사각 해소 ▲개별 기관의 이행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인체계 마련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달 23일 감염관리 감시체계 강화 및 수가체계 개편을 포함해 25일 국가차원의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관련 협회 및 학회, 기관 추천 전문가, 언론인 등 30여명을 모아 특별전담조직(TF)을 구성하기로 했다. 

TF에서 다뤄질 내용은 앞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안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실효성이 담보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감염관련학회 전문가는 “당장 재원확보부터 어려운 상황인데다 다양한 집단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모인만큼 합의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6월 발표를 목표로 진행될 TF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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