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법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시행 40여일을 앞두고 정부 관계부처와 일선 축산농가와의 마찰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7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 9개 축산단체는 성명을 내고 “우리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고 시간을 달라는 것 뿐”이라면서 “가축분뇨법을 개정하여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간을 3년 연장하고 특별법을 제정하여 미허가 축사 적법화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2014년 가축분뇨법 개정 이후 축산농가들은 미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각종 규제와 법적인 제약으로 현실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내달 24일부터 분뇨처리시설과 배출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축사의 경우 사용중지와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축분뇨법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현재 전국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율은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국 무허가 축사는 4만5305호로 이 중 적법화가 완료된 축사는 전체의 17.8%에 불과하다. 적법화를 진행 중인 축사의 경우도 30.2% 수준으로, 축산단체 등이 자체적으로 추정한 14%와도 차이가 있다.
적법화율이 낮은 이유는 단순히 축사에 분뇨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정도로는 규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사업은 가축분뇨법 외에도 건축법, 산지관리법, 가축사육제한조례 등 여러 법률과 맞닿아있다.
가축사육제한구역은 5호 이상 주거지가 밀집된 지역으로 생활환경이 필요한 지역과 수도법에 따른 상수원보호구역, 한강·낙동강·영산강 등 법률에 따라 지정·고시된 수변구역 등으로 300~500m 반경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현재 농가에서는 이러한 규제를 모두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례로 화성시의 경우 행정구역의 92%가 이러한 가축사육제한구역에 포함된다.
또한 산지관리법상 임야에 있는 무허가 축사의 경우 적법화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는 축사를 허물고 훼손된 임야를 원래대로 복구해야한다. 이후 산지전용 허가를 받아 축사를 신축해야 비로소 적법화 절차가 완료된다. 산지관리법상 복구의무면제 조항이 있어 산지전용축사허가와 복구의무면제 신청이 이뤄질 경우 임야에 위치한 무허가 축사의 경우도 적법화가 가능하나 통합 기준이 없어 지자체 유권해석에 따라 합·불이 갈리고 있다.
건축법도 살펴야 한다. 현행 건축법상 2000㎡ 건축물은 대지를 비롯해 도로가 접하는 단면이 4m 이상, 도로 폭은 6m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4m 이내 진입로만 확보하고 있는 축사의 경우 길을 새로 내야만 적법화가 가능하다.
건폐율 역시 농가의 축사 적법화를 어렵게 만드는 항목이다. 건폐율이란 대지면적 중 건축물의 바닥면적이 차지하는 비율로 건축법상 건폐율이 6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여러 필지에 걸쳐 있는 축사의 경우 축사가 포함된 필지를 전부 대지면적으로 봐야 함에도 하나의 필지로만 계산해 건폐율이 초과되지 않음에도 불법축사로 규정되는 경우도 있다.
유예기간이 연장되더라도 건폐율에 저촉되는 대형 농장의 경우 축사를 옮기거나 크기를 줄여야하지만 기간 내에 적당한 필지를 구해 이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낙농가의 경우 설비 등을 모두 옮기는데 필요한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2일 “축사적법화가 전체 축산농가의 30%인 약 3만 농가의 폐업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 “축산 적법화 조치에 따른 피해는 대부분 민가와 거리제한구역 내 농가들이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리제한은 전면적으로 풀고 사육밀도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면서 “농가가 적정 사육두수의 60~80%만 사육하도록 유도하면 분뇨 냄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