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산 수입 대두에 대한 반덤핑·관세 조치를 시사하면서 미·중 무역마찰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파장이 식용류와 사료 원물 주요 수입국인 브라질·아르헨티나산 공급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대대적인 무역 규제를 제안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대한 반덤핑·반보조금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대두는 140억달러이며 지난해는 139억달러에 달한다. 만일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 조치를 실시할 경우 이 수요는 자연스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대두에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대두 수입이 남미로 옮겨갈 경우 미국산 대두는 시장수요가 줄어 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현재 시카고 선물시장 대두 가격은 반대로 보합·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 선물시장 대두 가격은 지난해 9월 부셸당 최저 960센트에서 올해 2월 중순 1036센트까지 오른 상황이다. 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확률이 줄어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 7월 부셸당 1009센트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정치·시장적 다양한 요소가 선(先)반영되는 선물시장 특성상 중국과 대두 구매를 경쟁하게 되는 다른 나라가 미국산 대두 시장으로 시선을 옮기리라는 기대감이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국내 대두 수입량은 변동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식용유 제조업체의 대두·대두유 주요 수입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기후변화로 인해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USDA 기후작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하면서 대두생산량이 25% 가까이 급감했다. 이달 1일 기준 대두 파종률은 99%, 옥수수 파종률은 94%에 달하나 중부지역 이상기온이 발생하며 수확률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다.
브라질 역시 이달 1일 기준 주요 곡창지대에서 최대 100㎜ 이상의 비가 내리며 대두 수확률은 20% 정도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이상 낮은 숫자다. 축산사료 등으로 주로 사용되는 옥수수의 파종률 역시 11% 수준으로 전년 대비 27% 느린 속도로 나타났다.
미국산 대두 가격은 오름세인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대두의 경우 수확량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미·중 무역냉전이 지속될 경우 구매경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맞물려있고 중국 내 대두 소비가 워낙 많다보니 실제 반덤핑 조치 등 극단적인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에 반덤핑 조치 등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가격변동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대두·옥수수의 경우 국제 시세가 구매가 등에 반영되기까지는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리는 만큼 문제가 해소된다면 큰 가격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