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30세대의 보험패싱

[기자수첩] 2030세대의 보험패싱

기사승인 2018-02-27 05:00:00

“보험에 들 바에야 차라리 저축을 하겠다.”

최근 만난 한 20대 직장인은 이 같은 으름장을 놨다. 보험을 들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보험을 들어놔도 해지하면 돈을 떼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3포(연애, 결혼, 출산)와 9포(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건강, 외모)세대인 마당에 ‘보험은 사치’라는 인식도 팽배했다.

2030세대들이 보험을 떠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0대의 생명보험 보유계약건수는 722만6590건이다. 이는 전년 대비 1만3265건 줄어든 수치다. 2015년에는 723만9855건, 2014년 726만6579건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30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16년 기준 30대 생명보험 보유계약건수는 1316만5214건으로 전년 대비 47만1846건이나 쪼그라들었다. 2015년 1463만7060건, 2014년 1513만4952건으로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젊은층의 보험 패싱(passing·건너뛰기)은 팍팍해진 청춘들의 삶이 투영돼 있다. 20대들은 극심한 취업난으로 보험에 들 여유가 없고, 30대들은 비혼(非婚)이 늘어나면서 결혼과 자녀에 대한 부담이 해소돼 보험니즈가 떨어졌다. 

특히 2030세대들의 보험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되고 있다. 기존 기성세대들에게 보험은 미래 리스크 대비라는 판단이 우세했다. 반면 지금의 청춘들은 현상유지도 빠듯한 상황에 ‘보험은 필요악’이라는 인식이 확대됐다 . 

보험 대신 저축을 택한 청춘들의 고뇌는 보험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보험료 낼 때와 보험금 받을 때 다른 보험사들의 태도는 보험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청춘들의 보험 패싱 정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2030세대들이 마음 편히 보험을 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우선 젊은층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젊은층의 취업난 해소, 임금 인상 등 난제를 풀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고,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의 보험금지급률을 높여야 한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보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바꿔나갈 수 없다. 청춘들의 좌절과 분노의 메시지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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