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클릭된 이상한 ‘보장성 강화’ 시민-정부 협의체

‘좌’ 클릭된 이상한 ‘보장성 강화’ 시민-정부 협의체

건강보험 가입자단체 대표성 논란 ‘가열’… 문재인 케어 산으로 가나

기사승인 2018-02-28 00:15:00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하 문재인 케어)의 논의진행과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문재인 케어 실현을 위해 의료계와의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의 이해관계로 인해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소통창구 일원화를 주장하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에게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지난 1월24일에는 무상의료운동본부를 비롯해 참여연대, 경실련, 보건의료노조 등 15개 노동·시민단체들이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가입자 협의체 구성 및 복지부 장관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70%라는 여전히 낮은 목표 보장률 등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데다,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쳐 속도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가입자를 배제한 의료계와 정부 간 협상은 대통령이 약속한 보장성 강화조차 제대로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이에 이들 단체는 ‘가입자 중심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고, 정부는 소통강화를 명분으로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지난 2일과 23일 2차례 시민-정부 협의체 회의가 열렸고, 문재인 케어의 그간 추진경과와 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 방향, 의-정 협의 진행상황 등을 공유했다. 3번째 회의는 오는 3월9일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15개 단체의 정체성과 시민, 사회,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대표성이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협의체에 참여하는 단체들의 성향은 대부분 진보에 치우쳐있다. 더구나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나 소비자,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중 절반을 지불하는 사업자 대표는 찾을 수 없다”면서 협의결과가 일방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 협의체 참여 단체들은 무상의료운동본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여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새로운사회연구원, 보건의료단체연합, 약사미래준비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경실련, 민주노총, 한국노총, 보건의료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노조다. 

이들은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실현’, ‘건강보험 보장률 90%’, ‘어린이병원비 국가책임제’ 등을 주장하며 진보적 활동과 운동, 시위를 벌여온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약사회단체, 노동조합으로 정치사회적성향이 뚜렷하다. 

달리 말해 이들 단체만으로는 보수나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소비자 혹은 국민을 대변하기는 어렵고, 일반 시민들과도 입장이 조금은 다른데다, 의료서비스의 직접 이용자인 환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제기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는 본인 또한 진보운동을 해왔지만, 가입자를 대표한다며 협상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면면을 살핀 후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겨울 내내 촛불 왜 들었나ᆢ (옳고 그름, 정의가 무엇인지 돌이켜보고) 정신 차리자”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사회운동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행태를 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보수든 진보든 양극단은 다른 한 쪽을 포용하지 못 한다. 보편적 복지를 향한 일보가 일방으로 치우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적어도 보건의료, 국민건강이라는 중립적 가치를 위해서는 극단으로 치우친 의견이 아닌 합의와 포용을 기본으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우려에 대해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은 “의료계 중심으로 흘러가는 논의를 바로잡고, 시민, 사회, 노동자들의 의견을 좀 더 자유롭게 전달하는 자리를 마련하려는 목적이었다”면서 참여를 원하는 단체들은 언제든 참여가 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협의체 관계자는 “일부 협의체 구성원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창구로 이해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환자나 소비자단체들과도 별도의 소통창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공식적인 심의·의결 기구가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후 결론이 도출될 수 있어 일부에서 우려하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