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미래먹거리로 낙점했던 식용곤충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플랫폼 구축 미흡과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 팽창하는 곤충시장… 생산효율·회전률 강점
최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1년 1680억원 규모였던 곤충시장 규모는 2015년 3039억원, 2016년 9000억원으로 2년 사이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0년까지 5400억원 규모로 성장하리라는 예상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식용곤충이 미래먹거리 등 대체제로 언급되는 이유는 고효율의 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사료도 소나 돼지의 10분의 1 수준이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축사 분뇨처리 등에서도 자유롭다.
여기에 성충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2개월 정도로 임신·출산·출하까지 10개월 이상 소비되는 돼지보다 생산효율과 회전률이 뛰어나다. 특히 성체의 90%를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발골 등 해체작업 이후 절반 정도만을 제품화할 수 있는 돼지보다 상품성도 높다.
이러한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면서 2016년 당시 CJ제일제당과 대상, 농심 등 국내 업체들은 시장선점을 위한 연구개발에 나서기도했다.
대상그룹 계열사인 ‘정풍’은 2015년부터 식용곤충연구소와 함께 정부연구과제 등을 수행해왔다. 곤충성분을 활용한 액상단백질 개발에 성공해 고소애 수프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최근 굼뱅이 반제품 농축액을 활용한 환(丸) 제품, 단백질 쉐이크 등의 연구도 진행했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정기주총에서 식용곤충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당시 곤충을 농축하거나 분말화하는 등 원료 쪽에 집중해 개발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소비·유통 플랫폼 미흡에 성장 둔화
그러나 현재 식용곤충 관련제품 개발속도는 둔화된 상태다. 대상과 CJ제일제당 역시 현재 정식으로 시장에 내놓은 제품까지는 없다. 음식섭취가 어려운 환자식으로 사용되는 등 일부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소비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산업 숙성도가 낮아 소비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육➝유통➝소비’의 기본적인 플랫폼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다 ‘사육’을 담당하는 곤충 사육농가도 절반 이상이 200㎡ 수준으로 영세하다. 또한 전체 시장의 70% 이상이 지역행사용 소재에 그쳐 사실상 식품으로서의 자생적 시장생태계 조성은 어렵다.
유통 역시 제대로 된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식용곤충의 경우 ‘직거래’가 35.1%, 곤충판매상을 통한 유통이 26.3%에 달해 사실상 생산농가와 소비자의 직접거래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유통과정에서 안전 등 정보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관계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소비·유통 체계 고도화, 생산기반조성 등을 꾀했으나 가시화된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개선되지 않는 소비자 거부감도 숙제다. 실제로 올해 1월 한국소비자원의 식용곤충시장과 소비자보호방안연구 자료에 따르면 곤충식품 섭취 경험이 없는 20~50대 소비자 500명 중 54.9%가 여전히 섭취 의향이 없다고 대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거부감’으로 86.3%에 달했다. 이밖에 안전성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과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품개발이나 연구 등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상황에서는 어느 업체든 (제품개발·출시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식이 개선되고, 플랫폼이 구축되고, 소비가 활성화 돼야 시장이 커질텐데 이러한 과정까지는 (현재 상황으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