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16일,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발생한 신생아 4명의 연쇄 사망사건 수사가 다음 주 중 일단락 될 전망이다. 수사당국은 2명의 NICU 담당 교수를 추가 입건했고, 1~2회 소환조사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입건 후 수사라는 과정 상 문제와 공개하지 않는 역학조사결과보고서에 대한 의혹, 감염관리권한의 범위와 전공의의 책임정도 등 1달째 돌아오지 않는 답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반발하고 있어 사건이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건을 맡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일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가 신생아 사망의 원인이 된 시트로박터균의 출처와 감염경로를 추적한 역학조사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전달받아 4일 요지를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질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를 인용해 신생아들의 사망원인을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ter freundii)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보고, 패혈증 원인을 15일 중심정맥관을 통해 투여된 ‘지질영양제(스모프리피드, SMOF lipid)의 오염’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주사제의 오염은 멸균 포장된 주사제를 개봉해 주사기로 옮겨 담는 ‘준비과정’에서 소독을 하지 않은 간호사의 손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 질본이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답변에 무게를 두고 의료진 과실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미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간호사 2명, 수간호사, 전공의, 조수진 교수 총 5명에 더해, 조 교수와 함께 NICU 관리책임이 있는 2명의 교수에게 동일한 죄목을 적용해 5일 추가 입건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주사제 준비과정에서 오염이 이뤄지게 된 관행을 알고, 고쳐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를 알고도 묵인해 관행이 굳어졌고 아이들이 사망했다면, 관행을 고치지 않고 방치해 사건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며 입건 배경을 설명했다.
간호사의 단발적 손 소독 문제가 아니라 수년간 이어져온 주사제 분주와 상온에서의 보관, 기타 주사제 준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문제에 대해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고치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어 “입건한 2명을 1~2차례 소환해 조사한 후 다음주중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허위청구 등 제3자 사기죄 적용여부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행정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답변을 받기까지 6개월여가 걸린다고 해 이번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 사건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 같은 경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당장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추가입건조치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의 진료위축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NICU 의료인력 공백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며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고령산모가 늘어나며 신생아를 위한 의료인력과 인프라 공급의 필요성이 더욱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입건으로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상급의료기관의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겼고 있으며, 취약한 고위험 신생아 치료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 의협은 젊은 회원들이 ‘중환자실에서 근무해도 되는가’라는 질문들을 받아오고 있다고 알리며 “병원에서 매순간 긴장 속에 힘들게 신생아 진료를 위해 근무하는 의료진이 스스로 계속 근무해도 되느냐는 고통스런 질문을 던지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협회는 “이번사건과 연계해 관련 의료진을 위한 법적지원과 관련 제도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의료제도 전체적인 문제점을 풀어가기 위한 해법을 찾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협과는 달리 실질적인 행동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안치현 대전협회장은 “만약 이대목동병원 전공의가 피의자의 신분으로 검찰에 기소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전공의의 업무 범위와 책임, 권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사건을 회피하고만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가 제도와 정책의 희생양이 되도록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이는 전국 중환자실 등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언제든 사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위축되고 근무를 기피해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을 막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더해 안 회장은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경찰과 보건당국의 주장을 납득하기 위해서라도 역학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함에도 철저히 결과를 숨기고 있고, 복지부 또한 이들을 비롯해 각계에서 요구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수진 교수 등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성희 변호사는 “서로 폭탄을 돌리며 대국민 코미디 쇼를 하는 꼴 ”이라며 “근본적인 원인은 밝히지 않고 제대로 공개되거나 명확하게 제시된 것도 없이 서로를 근거로 사건을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경찰 수사의 결론은 손을 잘 씻자는 것”이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당초 질병관리본부장이 국회에서 국민에게 역학조사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약속하고도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무엇이 두려워 공개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당당하다면 밝히라”고 말했다.
이어 “수액줄이나 버려진 거즈 등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된 것으로 안다. 이 외에도 의료진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추정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사과정과 결과를 모두 공개해 의혹을 일소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련의 주장에 대해 복지부는 여전히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결과보고서는 공개할 수 없으며 어떠한 발언도 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견지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