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정식 출시 후 모바일 게임 매출 정상을 위협하고 있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첫 콘텐츠 업데이트가 9일 진행됐다.
이날 검은사막 모바일에는 여럿이 함께 공략하는 월드보스 ‘크자카’가 추가됐다.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 빠지지 않는 레이드 콘텐츠가 더해진 것이다.
앞선 CBT(비공개 사전 테스트)에서 이미 공개된 바 있는 크자카는 당시 공략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밸런스 문제를 나타냈고 검은사막 모바일 개발사인 펄어비스는 이번 정식 버전에서 이를 조정했다.
사전 테스트를 거친 예정된 업데이트였음에도 이를 위한 작업은 수월하지 않았다.
펄어비스는 이날 오전 2시부터 7시까지 서버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결국 두 차례 연장 끝에 4시간이나 늦춰진 오전 11시에야 게임을 다시 열었다. “업데이트 내역 최종 점검과 안정성 검증에 시간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 서버 점검이 지연되는 일은 빈번하다. 콘텐츠를 추가하거나 버그(오류)를 수정하다 보면 네트워크 환경이나 프로그램 자체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아예 점검 시간이 연장될 것을 감안하고 여유롭게 기다리기도 한다.
점검 지연 자체는 놀랍지 않지만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 탐탁찮은 부분이 남아있다. 정식 출시 버전임에도 ‘미완성’ 상태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업데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콘텐츠를 추가하기에 앞서 정식 출시된 게임에는 충분한 즐길 거리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PC·콘솔 패키지 게임처럼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무료로 플레이하며 유료 상품을 결제하는 부분유료화 모델임을 감안해도 업데이트는 ‘늑장’이 아닌 ‘개선’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우수한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게임 볼륨에 비해 일부 주요 콘텐츠가 빠진 ‘미완’의 상태로 출시됐다. 월드보스뿐 아니라 다대다 PvP(이용자 대전) 등 필수나 다름없는 콘텐츠들이 구현되지 않은 상태였다.
밸런스 조정을 위해 약간 늦게 선보인 것일 수 있지만 적어도 이야기 진행상 등장하는 보스 콘텐츠까지는 온전히 갖춘 상태여야 ‘정식’ 버전에 어울린다 할 수 있다. 빠졌던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은 용인하더라도 안정성이 확보가 안됐다면 이용자는 ‘테스터’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같은 모습은 여타 국산 게임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태껏 정식 출시 버전에 수많은 작은 버그들이 발견되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했다. 주요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면서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지난 1월 넥슨이 출시한 ‘야생의 땅: 듀랑고’도 최근 ‘부족전’과 레이드 공룡 ‘아파토사우루스’를 추가했다. 아파토사우루스는 기존보다 강한 상위 레이드 콘텐츠로 추가된 것이지만 부족전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샌드박스 게임을 지향하는 듀랑고의 특성상 부족 단위 커뮤니티가 중요하고 이들 간 벌어지는 전쟁인 부족전은 핵심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그 만큼 첫 부족전에는 많은 이용자들이 참여했고 큰 호응이 있었다.
듀랑고 부족전에 참여한 이용자 중에는 “정식 버전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느냐”는 반응을 보인 이도 있다. 콘텐츠 자체는 재미있지만 서버 안정화 측면이나 전투에 따른 보상 시스템 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2005년 출시된 PC MMORPG ‘실크로드 온라인’은 대표적인 ‘미완’ 사례다. 애초 공개된 기획은 실크로드라는 배경에 걸맞게 중국, 이슬람, 유럽의 각기 다른 문화권이 만나는 방대한 세계였지만 처음 선보인 버전에서는 중국 단일 지역만 등장하는 ‘반쪽’ 모습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10년 이상 지난 지금도 국내 이용자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산 게임 대부분이 게임 플레이는 무료지만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때문에 PC온라인 게임에서 익숙했던 OBT(공개 사전 테스트) 단계와 경계가 희미해졌고 실제 공식 출시 이후에도 테스트와 디버그(오류 수정) 등 테스트 과정이 이어진다.
외산 유료 패키지 게임의 경우에도 DLC 형태로 추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 게임 자체는 시작과 끝의 완결성을 갖는 온전한 형태다. 또 일부는 테스트 서버를 따로 운영하며 업데이트 내용을 충분히 사전 테스트 후 본 게임에 적용한다. 국산 부분유료화 게임들과 다른 모습이다.
최근 검은사막 모바일과 듀랑고 등 몇몇 국산 게임들은 부분유료화 모델임에도 지나친 과금 유도를 배제해 게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게임 이용자들의 정서까지 고려한 글로벌 진출의 포석이다.
국산 게임의 주류가 큰 볼륨을 자랑하는 MMORPG 장르인 만큼 지속적인 업데이트 운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 서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테스트 서버가 되어선 안 된다. 국내 이용자들도 ‘소비자’인 만큼 만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정적 서비스가 보장돼야 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