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시작부터 삐걱?…초음파검사 급여화 ‘의사 직접 실시만 인정’

문재인 케어 시작부터 삐걱?…초음파검사 급여화 ‘의사 직접 실시만 인정’

의료현장은 초음판전문기사 주로 시행…정부 삭감 방침에 의료계 ‘우려’ 표명

기사승인 2018-03-14 11:56:51
복부 초음파 급여화로 첫 발 뗀 ‘비급여의 급여화’… 의료계 일부 우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하 문재인 케어)의 3대 핵심과제 중 하나인 ‘비급여의 급여화’가 간, 담낭 등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의료계 일부에서는 반대와 비난의 목소리도 일고 있어 정부의 정책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3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후속조치라며 오는 4월부터 간·담낭·담도·비장·췌장의 이상 소견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지는 상복부 초음파의 건강보험 적용범위를 전면 확대한다고 행정예고 했다.

만약 19일까지 진행되는 의견접수 후 행정예고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의심자 및 확진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보험혜택이 상복부 질환자 또는 의심증상이 발생해 검사가 필요한 경우와 같이 일반초음파까지 확대된다.

심지어 새로운 증상이 있거나, 증상 변화가 없더라도 경과관찰이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초음파 검사 이후 특별한 증상 변화나 이상이 없음에도 추가검사를 하는 경우까지 건강보험이 지급된다.

다만, 상복부 초음파의 경우 검사와 판독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점을 감안해 의사가 직접 실시할 때에만 보험이 적용돼 관련 수가가 산정된다. 여기에 3년 내 상복부에 이어 하복부, 여성생식기, 심장, 흉부, 두경부, 근골격, 비뇨생식기, 혈관 등을 순차적으로 급여화할 예정이다.

문제는 일부 대형병원들 특정 진료과를 중심으로 초음파검사가 의사가 아닌 ‘소노그래퍼(초음파 전문기사)’가 관행적으로 초음파검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해왔다는 점이다. 결국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라 소노그래퍼의 역할이나 업무영역, 급여청구 과정에서의 무더기 삭감 등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논란의 발원지인 심장내과계는 현실적으로 소노그래퍼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우며 장기의 구조적 결함이 아닌 기능적 결함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전문의들이 판독해 진료에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간 초음파 급여기준을 준용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청구 문제로 대규모 삭감이 이뤄질 수 있어 소노그래퍼에 의한 초음파진단에 제한이 커질 것”이라며 “지금 수준의 환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심장내과 교수를 2~3배 뽑아야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심장내과 교수는 “내부 통계자료 등을 토대로 볼 때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이후 심장초음파에 대한 진료량 등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노그래퍼를 활용한) 현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만큼 협의과정에서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심장내과의 의견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빅5로 불리는 병원들 중에는 전문의 1명이 20~30명을 한 타임에 보는 경우도 있다”며 “의사의 지시감독에 의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전문의에 대한 착취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에 뛰어든 기동훈 후보도 “(전공의들이) 내과 수련을 하며 심장초음파를 배우는 병원이 거의 없다. 많은 대학병원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편법으로 고용한 소노그래퍼가 의사들의 자리를 대체하고 환자들을 검사하기 때문”이라는 한정호 충북대 소화기내과 교수의 말을 전했다.

이어 “전문성을 인정 받고 면허와 업무의 범위가 안정돼야 재능 있는 전문가들이 배출될 수 있다”며 “심장내과학회 교수들이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젊은의사들의 일자리 뿐 아니라 미래까지 넘기려고 하고 있다. 소노그래퍼 초음파 수가인정 요구를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상복부 등 여타 초음파 논의과정에서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다는데 합의가 이뤄져 결론을 낼 수 있었지만, 심장초음파의 경우 다른 부분도 있고 전문학회들 간 이견도 있다”며 “종합적인 논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체적으로 심장초음파의 경우 단순계측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복잡한 진단영역까지도 어떻게 인정해야할지 등 세부적으로 논의해야할 것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도 “금년에 시행되는 것은 아닌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전면 급여화에 따른 무더기 삭감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이뤄진 청구건별 심사에서 경향심사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를 개편할 것”이라며 문제가 되지 않도록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법론적으로는 “1차 전산심사를 통해 병원별 청구경향을 파악한 후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잉이 의심이 되는 청구에 대해 정밀심사를 거쳐 삭감을 하는 방식으로 논의하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의학적 필요성에 의한 예외를 인정하면서도 병원의 과잉경향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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