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만드는 미래는 디지털을 처리하는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데이터를 처리하는 러닝(학습), 데이터의 시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달 22·23일 사내 임직원과 산학 연계 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AI 데이 2018’ 환영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앞으로 AI가 배우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어제(15일) 엔씨소프트는 판교 R&D센터에서 ‘AI 미디어 토크’ 행사를 통해 그 동안 진행해 온 AI 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진행 상황과 앞으로 계획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AI TF(태스크포스)를 시작으로 연구 조직을 만들어 이듬해 AI랩으로, 2016년 NLP(자연어처리)랩과 통합된 AI센터로, 지난해 AI센터와 NLP센터로 분리 확대했다. R&D 인력은 조직 구상 단계를 마친 2014년부터 빠르게 늘어 현재 100명 규모다.
공개된 엔씨소프트의 AI 과제는 게임, 스피치, 비전, 언어, 지식 등 크게 5가지로 구성되며 AI센터와 NLP센터에서 각각 담당 분야를 나눠 연구한다.
이재준 센터장이 이끄는 AI센터는 게임 AI부터 음성 인식·합성(스피치), 이미지 인식·생성(비전) AI 기술을 맡고 장정선 센터장이 지휘하는 NLP 센터는 언어와 지식 AI를 담당한다. 두 센터장은 모두 SK텔레콤 연구조직 출신이다.
이재준 AI센터장은 “엔씨소프트의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도구”라며 “기존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공하고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사로서 AI를 연구하지만 게임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기반 기술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AI센터의 게임 AI는 강화학습, 딥러닝, 시뮬레이션 등 방법론을 기반으로 게임 내에서 사용자를 상대하거나 돕는 AI부터 게임 개발·서비스에 활용 가능한 AI 기술이다.
우선 PC온라인 게임 ‘블레이드 & 소울’의 ‘무한의 탑’ 콘텐츠에서 심층강화학습이 적용된 AI가 사용자 패턴을 학습해 보다 사람과 같은 대응이 가능해지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AI가 한 단계로 이뤄진 신경망 구조로 일부 미리 짜여진 규칙에 따랐다면 이를 다단화 해 사용자 실력에 따른 난이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지 인식 AI를 통해 게임 개발 과정에서 그래픽 리소스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스케치에 자동으로 색을 입히거나 이미지 자체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기술로 애니메이터 등 인력의 반복적 작업과 비용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피치 AI는 사용자가 말하는 내용과 감정을 인식해 다양한 톤의 음성으로 응답, 주변 음향 환경까지 이해하는 과정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마트스피커 등의 음성인식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보다 자연스러운 음성 대응을 제공하는 음성합성 기술까지 포함한다. 스마트스피커 사업화 계획은 없는 상태다.
‘소통’에 집중하는 NLP센터는 자연어 처리부터 질의응답, 대화, 문서요약, 이야기 생성 등이 가능한 언어 AI와 데이터로부터 지식을 추출해 새로운 정보를 추출,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지식 AI 기술을 연구한다.
NLP센터의 연구 분야는 다음달 중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인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에 집약된다.
언어 AI와 지식 AI가 적용된 페이지는 야구 관련 다양한 수치 정보부터 뉴스, 팬들이 올린 글까지 다양한 내용을 선별·요약해 주는 서비스다. 기존 뉴스 추천 등의 큐레이션 기능에 그치지 않고 자체 콘텐츠를 생성하고 사용자가 선호하는 정보에 대한 알림과 질의응답 기능까지 지원한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엔씨소프트는 일련의 과제 외에 구체적인 성과를 공개하진 않았다. 이들 과제는 앞으로 구현하고 개선해 나갈 부분으로 처음부터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향후 성과는 후속 행사 등을 통해 공개한다는 첨언이 있었다.
향후 AI 인재 영입 등 조직 계획도 다소 제한적으로 드러냈다. 이미 산학 협력 중인 대학·연구실 12곳과의 적극적인 연계와 비전·철학을 공유하는 인재 영입 의지는 밝혔지만 해외 인력에 대해서는 의사소통 한계를 이유로 “아직 심각하게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