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틀에 막힌 ‘디지털 헬스모니터링’, 요구 이어져

원격의료 틀에 막힌 ‘디지털 헬스모니터링’, 요구 이어져

기사승인 2018-03-16 08:21:06

국내 의료계에서 ‘원격의료’라는 단어는 터부시된다. 만약 누군가가 원격의료를 거론만 해도 의사들은 “환자는 의사와 만나야한다”며 집중포화를 퍼 붙듯 비난을 쏟아낸다. 환자와 의사 간 공간적 분리로 인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처럼 원격의료의 단점이 부각되며 장점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며 현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결부돼 무조건적 반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의사들은 원격의료 활성화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위축되고, 특정의사에게 환자가 쏠릴 것을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제는 일련의 반대로 인해 ‘디지털헬스’ 분야의 발전이 더뎌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혁신의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산업적 발전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몇몇 의사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박상원 부장과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 신장과 강희경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안과 김정훈 교수는 15일 개최된 ‘KIMES 2018(34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디지털시대의 환자를 위한 산업의 역할’ 세미나에서 전문분야별 원격 모니터링 활용과 이를 통한 환자치료의 장점을 설파했다.

인공심박동기 등 이식형 심장기기를 예로 든 박상원 부장은 “(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 3~6개월에 한번 병원을 방문해야하지만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24시간 이내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환자의 입원을 감소시키고, 생존율을 높이며, 병원방문 등으로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줄이고,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 질환 또한 조기발견 할 수 있어 편의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선천성 기형, 유전질환 등으로 만성콩팥증을 앓고 있는 10세 미만의 소아투석환자의 어려움을 소개한 강희경 교수는 이식을 받기 전까지 끊임없는 투석의 고통을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환자와 부모는 무한한 투석과 간병의 부담을 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만성피로, 우울, 빈곤, 불화, 가정붕괴 등 2차 피해에도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라며 “디지털헬스 모니터링을 통해 집에 있어도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고 복막투석 치료의 질을 높이면서도 보호자의 간병부담은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훈 교수는 1000명 중 1명 발병하는 미숙아망막병증의 예를 들며 치료를 위한 전문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질환에 대한 지역별 거점병원 혹은 치료가능 의료진과 검사인력을 확보하고, 중앙에서 발병을 확인해 이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일련의 체계가 갖춰지고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당장 의료계 내부의 인식변화와 명확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격의료라는 틀을 깨고 국가와 환자, 산업발전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지금이라도 이뤄져야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

이와 관련 김 부장은 “원격의료 반대여론에 밀려 원격진료가 아님에도 진행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 관리의 빠른 도입이 필요하며 수가문제, 기술적 문제, 개인정보 활용이나 의료과오에 대한 책임 등 법적 책임 문제가 해결돼야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