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미투' 2차 가해 논란에 "교권 문제, 학생에 사과할 생각 없어"

하일지, '미투' 2차 가해 논란에 "교권 문제, 학생에 사과할 생각 없어"

하일지, '미투' 2차 가해?..."교권 문제, 사과할 생각 없어"

기사승인 2018-03-16 10:30:46

유명 소설가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본명 임종주)가 교단에서 강의 도중 '미투'운동을 비하하며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에 관해 2차 가해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학생들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일지는  “소설가는 인간의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므로 여성의 욕망에 관해서도 얘기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불편을 느낀 학생은 학생대로 (성명 형식으로) ‘리포트’를 쓴 셈”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발언에 관해 “바깥까지 알려지며 논란이 되는 것은 의아하고 불쾌하다”며 "'동백꽃' 관련해 한 발언은 농담이었으며, 교권의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학생들한테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혓다.

앞서 지난 14일 하 교수의 강의를 듣는 동덕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동덕여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180314 문예창작과 교수 문제발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며 하 교수의 발언이 조명됐다. 글 작성자는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하 교수가 소설 ‘동백꽃’을 수업 자료로 활용해 설명하던 중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화자인 ‘나’)을 따먹으려고 하는, 꼬시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성폭행한거야.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하 교수는 수업 중 미투 운동을 농담거리로 삼으며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 비서 김지은씨가 폭로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도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 안 가졌을 것”이라며 김씨가 좋아서 관계를 맺엇을 것이라는 늬앙스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 학생이 "왜 김씨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폭로했다고 생각하냐’는 학생의 질문에 하 교수는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질투심 때문”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 학생이 강의 도중 강의실을 나가자 하 교수는 “방금 나간 학생은 내가 미투 운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해 분노해서 나간 거겠지”라며 “저렇게 타인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를 하는 게 낫다”라고도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15일 공식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문에서 학생회 측은 “하 교수는 이른바 ‘꽃뱀’ 프레임을 이용해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또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는 조롱을 일삼았다. 하 교수가 언행의 정당화를 위하여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창작의 자유지만 이 같은 맥락에선 ‘혐오할 자유’와 그 뜻이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하 교수는 성희롱과 다름없는 발언을 가하여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전 학생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고 소속 학과의 명예를 동시 실추시켰다"며 "본 학생회는 학우들을 대표해 하 교수를 공개적으로 규탄한다. 남성 중심적 성 사상이 옳다고 여기며 과오를 부끄러이 여기지 않는 교수는 우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하 교수는 1990년 '경마장 가는 길'이란 장편소설을 출간하며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경마장은 네거리에서…'(1991), '경마장을 위하여'(1992), '경마장의 오리나무'(1992), '새'(1999) 등의 장편소설과 시집 '시계들의 푸른 명상'(1994)을 내놓았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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