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신과 못 들어간 이유있나요

[기자수첩] 정신과 못 들어간 이유있나요

기사승인 2018-03-20 06:00:00

“정신과 상담이 망설여져요. 막상 병원에 간다고 생각하니 무섭습니다.”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지식상담 게시판 올린 글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신의 증상을 죽 나열해놓고는 “이 정도면 정신과 가도 되느냐”며 질의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의료쇼핑’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유독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는 환자가 찾지 않는 것이 ‘문제’다.    

국민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이 가장 많은 나라다. 2016년 기준 국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6명인데, 이는 OECD 평균(12.3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우울증 환자도 많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국내 우울증 환자는 61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1.5%에 달했지만, 우울증으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이 중 약 15%에 그쳤다.

치료받지 못한 마음의 병은 어떻게 해소되고 있을까. 최근 벌어지는 각종 사회문제에서 그 중 일부를 엿볼 수 있다. 늘어나는 음주문화와 주취범죄, 인터넷상 악플 문제, 몰카·소아성애 등 변태적인 성도착증 등 다양하다. 술에 의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온라인상 타인을 말로 공격하고 또 어떤 사람은 화장실 몰래카메라를 소비하는 식이다. 마음의 병은 깊어갈 뿐이다.

종교도 우리 사회 내에서 마음의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를 신에게 내려놓고 평화를 찾는 것이다. 종교는 앞선 사례보다는 훨씬 건전하고, 건강한 방법이다. 종교에서 다루는 ‘영적인 건강’은 WHO가 정의한 건강의 4가지 요소에도 포함된다. 하지만 종교는 ‘의료’의 대체재가 아니다. 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치료에 과학적 접근이 우선돼야 하지만 정신병원의 접근성이 부족해서인지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아예 배재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가벼운 정신질환은 곪고 곪아서 중병이 된다. 정신건강 의료기관에는 전반적으로 ‘끌려온’ 환자가 태반이다. 가족과 주변사람들이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정도의 중증질환으로 발전하고 나서야 비로소 병원에 온다.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정신병원에서는 엄격한 관리에 중점을 두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오해를 키웠다. 정신병원하면 왠지 으스스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오해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정신과 방문을 고려해야 한다. 제대로 치료를 받는다면 중증정신질환 환자도 충분히 사회 복귀가 가능하고, 좀 더 일찍 치료를 받는다면 ‘감기’처럼 가볍게 털어버릴 수 있다. 정신과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마음의 문제가 곪아서 중병이 되기 전에 말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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