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상대적 박탈감’ 떨칠 수 있나

학종, ‘상대적 박탈감’ 떨칠 수 있나

기사승인 2018-03-20 06:00:00


준비 항목은 많고, 대학마다 요구사항도 달라

피로도 높아 사교육·컨설팅 찾는 수험생

“경제력·정보력이 당락 좌우” 부모 뒷받침 당연시

장기적으로 순기능 큰 의미… 불공정 지점 개선 여지”

서울 A고교 3학년인 김가온(가명) 군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내내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잡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김 군은 “일단 내가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준비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쳐도 집안 형편상 사교육에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친구들과 경쟁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출발점이나 과정이 다르다는 생각에 목표 대학을 높게 잡는 것조차 망설여지고, 내 자신을 펼쳐 보일 방법이 부족한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충북 B고교 2학년 이수진(가명) 양의 경우 지방 출신이란 점이 대학 입시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양은 “소도시는 그 넘쳐난다는 입시 정보를 흡수하는 데 절대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렇다보니 대세인 학종에 대응할 만한 시스템이나 프로그램도 대도시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학종은 장기간 준비가 필요한데 내년에 3학년에 올라가면 그 격차가 더 커져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에 치인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권 주요 대학들이 비중을 확대하면서 ‘대세 전형’으로 부각된 학종은 다면평가를 목적으로 뒀다. 이로 인해 수험생 및 학부모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교과 성적과 함께 독서·동아리·진로 활동은 물론 수상 경력, 자격증 등 비교과 요소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비할 것은 많고, 대학별 요구 사항도 차이가 있다 보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꺼내드는 것이 결국 사교육 카드다. 컨설팅 업체에 돈만 건네면 소소한 활동도 화려한 이력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항목들을 학생이 홀로 준비하기엔 벅차다는 목소리가 일고 부모의 뒷받침은 당연하고 절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력이 학생부에 담아낼 수 있는 결과물의 양과 질을 가른다는 ‘금수저’ 꼬리표가 학종에 붙은 이유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량이 아닌 정성 평가이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 일부 상위권 학생에게 스펙을 몰아주는 관행을 목격하거나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합격 소식을 접하면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교 안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학생이 대학에 붙는다면 납득이 되고 뒤끝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학종 선발 인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의혹 제기가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학교와 담임교사의 자세 및 역량이 학생부 ‘완결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월 8일 진행된 제3차 교육부 대입정책포럼에서 우창영 휘문고 교사는 “학종은 학생에 대한 직접 평가로 볼 수 없다. 학생을 평가하는 교사, 학교에 대한 평가 성격이 짙다”고 밝혔다.

학종을 지지하는 입장에선 점수 위주로 획일화된 입시 구조가 학종을 통해 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2월 23일 열린 4차 대입정책포럼에서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발표하는 모습이 교실에서 실현되고 있다. 또한 전형 유형별 국가장학금 수혜율 등을 보면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형의 공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다수가 참여하는 평가 체계를 만들고, 자료 간소화보다 ‘내용의 타당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선이 아주대 입학처장은 “박탈감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관점에 따라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 학종은 점수로 순서를 매기는 선발제도가 아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 경험 등을 아우르며 역량과 잠재력을 북돋기 위한 평가다. 장기적으로 볼 때 그 취지와 순기능은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아직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교사들에 따른 편차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개선될 여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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