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급여기준, 일자리정책 역행 논란

초음파 급여기준, 일자리정책 역행 논란

전국 4만여 방사선사 실직 위기… 의·정, “방사선사 단독 진단은 불법”

기사승인 2018-03-20 06:31:05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하 문재인 케어) 핵심과제 중 하나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상복부 초음파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범위를 전면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급여기준 시행을 예고했다.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의심자 및 확진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보험혜택이 전면 급여화된 문재인 케어의 첫 고시다.

문제는 고시가 공포된 후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보건당국의 독단이라는 비난부터 예비급여와 선별급여의 높은 본인부담률은 실질적 보장성 강화와는 거리가 먼 국민 기만적 제도라는 비판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여기에 정부가 앞세운 경제 부흥책이자 사회개혁의 핵심인 ‘일자리 정책’에도 반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는 오명을 얻을 위기에 처했다. 일자리를 만들어 소비를 촉진하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에서 4만여명의 실직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지난 15일 “(보건복지부가) 13일 의사가 직접 시행한 경우에만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 고시는 방사선사의 업무범위를 부정하는 법률 위반행위”라며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4만여 방사선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박탈하는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지난 17일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이해할 수 없고 수용할 수도 없으며 방사선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고시 개정안에 대한 즉각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면서 “협회는 시정될 때까지 전국적인 단체행동과 더불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보건당국이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경우에만 요양급여를 인정함으로써 방사선사 특히 ‘소노그래퍼’로 불리는 초음파전문영상기사(이하 초음파사)의 검사 및 진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일선 의료기관에서 이들을 고용할 필요가 이유가 줄어든 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방사선사를 희망하며 정진해온 후배들의 미래를 앗아가는 일이며 국민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맡은 바 위치에서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보건의료계의 일원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행위로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4월 1일 고시시행을 앞두고 초음파사를 감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협회는 초음파사의 전문성과 행위의 유사성, 초음파사의 미래,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재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심지어 한 초음파사는 “의료기사법 상 명시된 업무범위를 바탕으로 수십년간 관행돼오던 초음파사의 검사에 제동이 걸렸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수년간 시도했고 이젠 다 빼앗겠다는 심보로 억지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전문 지식과 스킬. 방사선과에서도 초음파분야에 대해서 의사보다 더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의사는 만능 종신면허가 아니다. 한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수년의 노력을 해야하는데 초음파분야에 과연 얼마의 시간을 할애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번에 공표된 상복부 초음파 검사의 급여기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초음파사는 단순계측을 위한 행위만 인정될 뿐 진단행위는 관행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의료법상 금지된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방사선사협회 등이 주장하는 의료기사법 상 ‘핵의학적 검사 및 의료영상진단기·초음파진단기의 취급’이라는 조항 또한 진단·검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비의 설정 및 관리 등을 허용하고 있는 문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의료계 또한 급여기준의 설정 및 발표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즉각적인 철회를 요청하고 있지만 방사선사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방사선사가 의사 없이 홀로 초음파 진단행위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으며 국민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 모두 급여기준으로 인한 방사선사의 실직위기에 대한 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법적·제도적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어떤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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