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첫 삽조차 못 푼 의료기술시험훈련원

6년째 첫 삽조차 못 푼 의료기술시험훈련원

야심찼지만 허술했던 설립계획… 부서 간 소통에 ‘발목’

기사승인 2018-03-21 00:30:00
치료기술의 균형발전, 환자안전의 확보, 의료사고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최소화라는 3가지 명제는 보건의료계가 추구해나가는 주요 목표들이다. 그리고 일련의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2012년 3월, ‘의료기술훈련평가원’ 설립이 추진됐다.

하지만 2018년 3월 현재, 의료기술훈련평가원은 ‘의료기술시험훈련원’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끝나고 예산이 확보됐으며, 일부 부지매입도 이뤄졌지만 아직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설계조차 마무리되지 못한 채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K-Medical 센터와의 일부 기능중복 논란에 ‘전면 재검토’

의료기술시험훈련원(이하 훈련원)은 의료인의 임상수행능력 강화를 위해 의료인에 대한 시험평가 및 교육훈련 체계를 고도화함으로써 의료훈련의 정교화와 표준화를 달성, 의사의 임상술기 수준을 높이고 의료사고 발생을 줄여 비용 및 국민행복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대구광역시는 당초 사업기한을 2018년 말까지로 잡고, 총 3500억원(국비 2900억원)을 투입해 훈련센터 설립 및 훈련장비 등 기반 구축, 가상 인간체 및 장기개발 의료용 로봇, 컴퓨터 기반 수술지원시스템 개발 등 연구 지원기능 등을 갖출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12년 설립을 위한 초안이 마련된 후 훈련원이 세워질 대구시와의 실무협의를 거쳐 2013년 6차례 사전기획회의와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예비타당성조사도 2015년 8월 마쳐 국책사업으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었다.

만약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됐다면 개별 수련병원이나 기관에서 이뤄지던 임상실습이나 기술습득의 질을 일정 수준이상 체계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전문가 양성기간의 단축과 전문성의 확보가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연간 최대 9만여명의 실기시험 응시자가 훈련원을 방문하게 되고, 실기시험 기간 외에도 각 직종별 훈련이나 실습 등을 통해 추가적인 인구와 자본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임상수행능력 향상에 따른 의료사고 예방편익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한 한국경제연구원(KDI)은 경제성 분석을 통해 2013년 기준 5년간 1684억여원을 투입해 30년간 1689억원 이상의 편익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고, 최종적으로 시행점수 0.503으로 미시행 점수 0.497보다 높아 사업시행을 긍정적으로 보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는 2016년 훈련원 설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동일 부처 내 해외의료총괄과에서 해외 의료인력의 연수교육 및 임상술기 수련기회 제공 등을 목적으로 추진한 ‘K-medical 통합연수센터’ 사업과의 중복성 논란이 불거졌고, 사업추진은 중단됐다.


◇ 문제 핵심은 ‘부서 간 소통’… 사업 재개는 언제쯤?

복지부에 따르면 사업이 마무리 단계여야 할 2018년 현재, 기능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계는 물론 의료계와 국회, 정부가 모두 동의하는 만큼 기능과 설비를 재정립해 구상을 다시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 사업에 모두 관여하고 있는 대구시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들어간 상황에서도 부지매입을 위해 자본을 투입한 대구시에서는 관련 비용지출과 관리의 부담을 계속 이어가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 담당자는 “대구시는 사업에 필요한 부지확보를 하고 매달 이에 대한 비용과 이자를 시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면서 “시 발전이나 보건의료인들의 역량강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사업이 조속히 진행돼야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복지부 담당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일을 기약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두 사업과 연관된 다양한 직역과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의견일치가 쉽지 않다”며 “시일을 못박을 수는 없지만 필요성을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보다 완성도 높은 시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비타당성조사가 이미 이뤄졌고 시설들의 기능 일부가 유사하다는 지적에 따라 재검토가 들어갔기 때문에 다시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면서 “논의를 바탕으로 재설계가 마무리되면 바로 건립이 진행될 것”이라며 오랜 시일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련의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답답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나의 부처에서 추진하는 사업조차 제대로 논의나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필요한 시설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원로는 “하루라도 빨리 완성돼 개별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인 설비와 실습환경에서 벗어나 표준화된 최신 설비와 장비를 바탕으로 후학들이 술기를 익히고 펼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소통부재가 가져온 국가적 손실”이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1000억원을 투자해 부지도 샀지만 정권이 바뀌며 추진력을 잃게 생겼다”면서 “의학기술의 발전과 의료인의 역량강화를 통해 보건의료서비스가 진일보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충분한 대화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훈련원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쳤지만 통합연수센터는 500억원 이하 사업으로 조사를 받지 않아 사업의 중복 문제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만큼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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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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