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전공의들, 법적 보호 받을까

매 맞는 전공의들, 법적 보호 받을까

기사승인 2018-03-21 12:04:38

흔히 인턴, 레지던트라고 불리는 전공의들의 병원 내 지위는 애매하다. 병원에 소속돼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근로자지만, 동시에 전공분야를 공부하고 담당 진료과 교수들로부터 의술을 배우는 학생이기도 하다. 

일반 직장 근로자의 법적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의 2배인 80시간의 근로에 시달리면서도 생명을 다룬다는 원초적인 두려움을 항상 느끼며 매사에 온 신경을 쏟는다. 여기에  남는 시간에는 도제식 내리교육 방식의 학습에도 매달려야한다.

이 같은 이중적 지위로 인해 전공의들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상당하다.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과도한 업무, 이견이나 반론, 변명이 허용되지 않는 지도교수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행위들이다.

일주일에 6일,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근무하며 틈틈이 의술을 갈고 닦는 나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잠깐의 졸음이나 순간의 머뭇거림에도 발이 날아왔다. 실제 지난해 부산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두 다리가 피멍으로 가득한 한 전공의의 절규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2017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전공의 수련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71.2%가 언어폭력에 노출된 적이 있으며 신체적인 폭력에 시달린 이도 20.3%에 달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28.7%와 10.2%로 나타났다.

이에 일련의 사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안치현, 이하 대전협)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21일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과 안치현 회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폭력사태로부터 전공의를 보호하고 근본적으로 폭력행위가 발생할 수 없도록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법안은 피해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 폭력 사건이 보다 적절히 처리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장관이 수련병원장의 추천을 받아 의료법에서 정한 전문의를 지도전문의로 지정하도록 하고 ▲지도전문의가 전공의를 폭행했을 경우 복지부장관이 수련병원장 등에게 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 사실 등이 확인될 경우 가해 지도교수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 전공의 등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항도 명기했다. 여기에 ▲수련환경평가 항목에 폭행 등의 발생 및 조치 여부를 추가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관련 사항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더불어 ▲복지부장관이 사건이 5년 내 3회 이상 발생할 경우 수련병원의 수련전문과목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폭행 등으로 인해 해당 전공의가 수련을 이어갈 수 없을 경우 타 수련병원으로의 이동수련을 명할 수 있도록 절차를 현실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심지어 ▲수련병원에서 불합리한 처분을 내릴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도 추가됐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전공의들이 수련현장에서 겪어야 했던 폭력도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미투운동과 같은 맥락”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종사자간 폭력은 환자인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자회견장에 함께 자리한 안치현 대전협회장은 “대부분의 전공의 대상 폭력과 성폭력 사건은 해당 수련기관 내에서 지속적인 묵인과 방치로 인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공의들이 놓여진 인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이 법안을 지지하며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주길 기대한다”고 지지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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