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7년의 밤' 베스트셀러 원작의 흡입력, 그대로 스크린에서 전달될까

[쿡리뷰] '7년의 밤' 베스트셀러 원작의 흡입력, 그대로 스크린에서 전달될까

기사승인 2018-03-23 00:00:00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은 “여기서 다 나가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고 외치는 마을 처녀(이상희)의 말로 시작된다. 호수를 막아 만든 세령댐 밑의 세령마을. 그 곳의 지주이며 흔히 ‘원장’으로 불리는 오영제(장동건)는 제 어린 딸을 두고 사라진 아내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딸 세령은 분명 아내와 연락을 하고 있는데 왜 말을 듣지 않을까. 아내가 사라진 이유는 명확하다. 영제의 폭력 때문이다. 그 날도 세령은 영제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맨발로 도망친다. 영제는 숲으로 사라진 세령을 찾아 나서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세령은 며칠 후 저수지의 시체로 돌아온다.

최현수(류승룡)는 안개가 자욱한 밤, 세령마을의 이사갈 집을 보고 오라는 아내의 말에 내키지 않는 길을 나선다. 가로등도 몇개 없는 어두운 길을 더듬어 운전하던 그는 결국 길을 잃는다. 그리고 돌아가려던 그는 실수로 산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아이를 차로 치고 만다. 당황하고 놀란 현수는 아이가 아직 살아있는데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그 날 이후 오영제의 지독한 복수가 시작된다. 악중악인 오영제에 맞서 자신의 아들 서원(고경표)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기도 하다. 악이 선에게 복수하는 아이러니함을 담은 작품은 시작부터 관객들을 혼란 속으로 빨아들인다. ‘7년의 밤’은 정갈하게 잘 만들어진 이야기보다 때로는 잔뜩 섞어놓은 이야기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소녀를 죽이게 된 현수를 옥죄어가는 상황을 보여주며 동시에 그 죄를 추궁하는 오영제라는 사람의 이면을 보여준다. 영제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아이를 용서하고 안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지만 영제는 끊임없이 아이를 죽인 범인을 찾아 마을을 충혈된 눈으로 돌아다닌다. 모든 것이 자신의 손 안에서 결말이 나야 하지만 아이의 결말을 남이 냈기 때문이다.

현수 또한 영제에게 대비되어 선한 인물로 보일 뿐, 사실은 회피적 면모가 강한 인물이다. 악에 맞서서 제 아들을 지키지만 그런 현수가 내뱉는 말들과 꾸는 꿈은 모두 궤변에 불가하다. 123분동안 장동건과 류승룡, 고경표는 선과 악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상황적으로 약하다고 해서 모두 선인가. 원작이 가진 흡입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감독의 고민이 엿보인다. 

결말은 원작과 다소 달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장동건의 캐릭터 해석도 원작의 차갑고 묵직한 맛과는 사뭇 다르다. 오는 28일 개봉. 15세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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