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앞에 보이는 자로 판단한다. 스포츠에서 앞에 선 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협·단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성적 향상에 힘을 쏟고, 협회는 이들이 다른 걱정 없이 오롯이 훈련에 매진하도록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협회는 섬김과 보살핌이 필요한 자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협회라는 이름이 ‘돌봄’보다 ‘완장’에 가깝게 됐다. 대한컬링경기연맹과 대표팀간 갈등은 한국 스포츠계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집행부 내홍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현재는 체육회가 파견한 관리위원이 임의로 연맹을 운영 중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은 제대로 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었다. 연맹 예산이 부족한 건 차치해 두고서라도 현재 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돼 예산에 대해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미디어데이에서 선수와 코치는 합심한 듯 부실한 훈련 준비 상황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올림픽을 3달여 앞둔 상황에서 “당장 다음 달에 어디서 훈련할 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홈 이점을 살릴 실전 훈련이 전무하고 모든 훈련 준비를 코치진에서 도맡아 해야 하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장반석 미스더블 감독은 “많은 기업이 컬링에 큰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대표팀은 왜 돈이 없어서 훈련을 제대로 못 하는가”라는 의문을 표했다. 앞서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컬링연맹은 최대 후원사격인 신세계·이마트에 지금까지 72억원을 받고도 대표팀 기량 향상에 정기적인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소홀했던 셈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문체부 산하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된 스포츠 비리 건수는 742건이었다. 조사를 마친 559건 가운데 수사기관으로 송치되거나 징계처분이 내려진 사안은 122건이다.
특별히 지난해엔 유독 스포츠 종목을 관리하는 협·단체 비리가 많았다. 태권도의 총본산 국기원은 공금횡령·부정채용 의혹으로 압수수색 조사를 받았다. 전 볼링 국가대표 감독의 경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를 탈락시키고 다른 선수를 국제대회에 출전시켰다가 지난해 5월 경찰에 구속됐다. 부산 복싱협회 고위간부들의 경우 선수에게 지급된 훈련비를 뜯어내고 공금을 유용하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 외에도 시‧도 단위 종목단체들은 횡령‧성 추문 등 사건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아직 스포츠계에 드러나지 않은 비리 내지는 불평등이 훨씬 많을 것이라 내다봤다. 온라인상 댓글을 보면 상당수 사람들은 스포츠 협·단체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협회’란 두 글자가 고인물의 대명사가 된 건 매우 슬픈 일이다.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상의 조건에서 가장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때 비로소 프로 선수들은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