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사 일자리 뺏지 말아주세요”

“방사선사 일자리 뺏지 말아주세요”

기사승인 2018-03-25 18:41:54

“현장을 무시한 급여기준으로 4만5000여 방사선사가 가족의 손을 잡고 길거리에 내몰리는 상황은 절대 벌어져선 안 됩니다. 방사선사를 차별하는 보험기준은 전면 철회돼야합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하 문재인 케어) 핵심과제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의 첫 시도인 ‘상복부 초음파 급여기준 개선안’이 방사선사와 의사들 간의 업무영역다툼으로 번지며 시작부터 암초에 부딛쳤다.

25일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은 방사선사들의 절규로 가득했다. 당초 대한방사선사협회가 신고한 집회인원인 500명을 훌쩍 넘는 1500여명(주최측 추산 2000명)은 고시개정을 추진한 보건복지부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1989년부터 법에서 정한대로 방사선사는 초음파 검사를 의사의 지도 아래 수행해왔고, 방사선사가 찍은 영상을 의사가 판독해 여러 검사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진단해왔지만, 지난 13일 상복부초음파 급여기준 개선안이 발표되며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초음파 전면 급여화의 일환으로 간·담도·췌장 등을 포함한 상복부초음파의 건강보험 급여기준 4월 1일 시행을 예고하며 “검사와 판독의 전문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점을 감안해 의사가 직접 실시하는 경우에만 보험적용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검사의 범위. 방사선사협회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2조1항에서 ‘의료영상진단기·초음파 진단기의 취급, 방사선 기기 및 부속 기자재의 선택 및 관리업무’라고 정하고 있는 방사선사의 업무영역을 들며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영역을 급여기준에서 무시하고 있다고 봤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초음파학회,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등도 초음파검사는 검사시간이 지난 후 정확한 판독이 어렵기 때문에 현장에서 즉시 진단과 판독이 동시에 병행돼야하는 검사라는 점을 들어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불법을 양성화 시켜달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 예비급여과 또한 의료계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

이에 우완희 방사선사협회장은 “임상 현장에서 35년간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해왔다”며 “현실을 반영해 최근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의 업무영역 등을 관장하는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방사선사의 업무지침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런 급여기준 고시로 인해 혼선이 벌어졌다”면서 의료계와 복지부 내 해석 및 소통 문제를 거론했다.


우 회장은 여기에 ‘초음파검사도 방사선사보다 의사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료계가 진행한 국민설문결과를 근거라며 제시하는 복지부를 두고 “병원에 의사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라며 “이런 식이라면 병원 청소도 의사가 하면 더 깨끗하게 할 것이다. 다른 직군은 다 필요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법적으로 방사선사가 초음파를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의사가 검사했을 때만 돈을 주고 방사선사가 했을 때는 돈을 안 주겠다는 것”이라며 “돈을 주지 않는데 방사선사를 고용할 곳이 어디 있겠느냐. 결국 방사선사들을 직장에서 몰아내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한 후 서민이 살아갈 수 있는 나라건설을 바란다는 뜻을 대통령에게 전했다.

덧붙여 우 회장은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경우’라는 문구의 삭제를 요구하며 오는 26일부터 세종시 보건복지부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고, 관련 단체 및 관계자를 만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설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4월 1일 고시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즉각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 방사선사 총궐기대회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한편, 방사선사협회의 뜻에 동조해 대한임상병기사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의무기록협회, 대한안경사협회 등이 모인 ‘대한의료기사총연합’도 특정집단에게만 차별적으로 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은 물론 국민 기본권마저 침해하는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고시개정안의 즉각적인 재검토를 함께 촉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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