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개정협상 결과에 대해 “균형을 잃은 협상”이라고 표현했다.
26일 정의당 정책의원회는 논평을 내고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한 협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의당은 미국이 무역확장법 제232조 이외에도 반덤핑 상계관세를 FTA 체결국가를 대상으로도 남용해왔음에도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무역구제조치에 대한 방지대책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앞서 2013년 2월 미국이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각각 9.29%, 13.2%의 반덤핑관세 부과하자 우리나라는 WTO 분쟁해결기구에 제소를 하여 2016년 9월 최종승소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또 정부의 ‘투자자 남소 방지 및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관련 요소를 반영한다’는 설명만으로는 통상 이외에 환경, 안전, 공공성 강화 등의 목적으로 수행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ISDS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한·미FTA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ISDS(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 투자자 국가간 분쟁 해결)의 주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제거할 필요가 있다”면서 “때문에 향후 이러한 내용이 조문작성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 FTA를 통해 한 번 개방하면 여건변화에도 돌릴 수 없는 래칫 시스템이나 서비스시장 개방의 보지티브 변경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자 등이 지적해왔음에도 개정협상 의제에도 올려질 수 없었던 사항들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정의당은 크게 다섯 가지 이유를 들며 불평등한 협상이라고 꼬집었다.
첫째로 정의당은 “정부가 픽업트럭을 포함한 화물차에 대한 관세(현행 25%) 폐지를 20년간 연기하여 2041년 폐지하기로 했다”면서 “자동차 관세가 승용차 2.5%, 화물차 25%, 자동차부품 2.5~10%로 관세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현재 한미FTA로 동 관세가 2021년까지 완전 페지됨에 따라 국내기업의 대미 수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경우 국내 산업고용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둘째 이유로는 안전 등 주권과 관련된 사항이 한·미 FTA 협상에 포함된 것을 짚었다. 현재 한미FTA협정의 국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자동차 안전 규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업체별 쿼터를 현행 연간 2만 5천대에서 5만대로 확대하였다. 비록 현재 업체당 수입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쿼터를 확대하더라도 당장 수입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으나, 안전규제는 그 나라의 주권에 속하고 국내산과 수입산을 차별하지 않는 한 주권의 영역으로서 비관세장벽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셋째로는 미세먼지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자동차 관련 환경 기준을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해 상당부분 완화해 준 것은 큰 문제라고 봤다.
협상에 따라 2021년∼2025년에 적용되는 자동차 연비와 온실가스의 차기 기준의 경우 미국 기준 등을 고려하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휘발유 차량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도 현행 미국 캘리포니아주 수준인 초저공해차(ULEV) 기준에서 이보다 완화된 미국 일반 규정과 조화를 이루기로 변경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에 약역향을 미치고 취약층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 역시 불평등한 협약이라고 규탄했다.
정의당은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과 관련해서 한미FTA 협정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해나가기로 합의했다”면서 “그동안 미국 제약협회는 한국의 약가 정책이 혁신 제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한국 제약업계에 유리하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신약 가격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원산지 검증은 검증방법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할 경우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 향후 추가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의 다른 FTA 협정국보다 불리하지 않게 되도록 유의하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철강관세부과 대상국가에서 면제된 것 역시 실속있는 협상인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의당은 “비록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에서는 면제되었으나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물량을 2015~17년간 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268만톤, 2017년 대비 74%)으로 제한(쿼터)하기로 하여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물량이 당장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늘리려면 향후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관세 부과에 대해 미 자동차와 석유업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함에 따라 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에는 단기적인 조치를 면하기 위해 향후 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영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쿼터를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