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선택한 의사들, 시험대 오른 ‘문재인 케어’

최대집 선택한 의사들, 시험대 오른 ‘문재인 케어’

극우 강경파 최대집 회장 당선 배경은 ‘분노’… 기로에선 정부

기사승인 2018-03-26 19:39:48

의사들이 그들의 수장으로 가장 보수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최대집 후보를 선택했다. 정부는 최 후보 당선에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입장에서 강력한 반대세력의 등장에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 됐다.

대한의사협회 40대 회장 최대집 당선인은 전국의사총연합 조직국장,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선거운동 당시 대표적인 공약은 ‘문재인 케어 저지’다. 최 당선인은 선거전에 뛰어들며 “의료를 멈추어 의료를 살리자”는 표어를 앞세워 의사의 정당한 권익이 보장되는 근본적인 의료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그리고 문재인 케어 그 중에서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정조준했다.

최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문재인 케어의 핵심과제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의사가 행하는 모든 의료행위의 가치를 국가와 사회가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의사의 자유를 박탈하고, 의사를 ‘노예화’하는 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나아가 의료기관 개설과 함께 건강보험 제도로 편입돼야하는 강제지정제와 낮은 진료비, 비급여의 급여화가 결합될 경우 의사는 봉급은커녕 지원조차 없이 교육과 수련, 의료기관 개설에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과 자본을 투입해야하는 공무원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강조하며 감옥 갈 각오로 저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후 강력한 의권 확립을 위한 투쟁을 선포하며 일선 의사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통했다. 정부에 끌려 다니며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기존 집행부를 향한 부정적 인식은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는 전사의 이미지를 가진 최 후보를 당선인의 신분으로 만들었다.

실제 개원가를 중심으로 “대화와 타협에 지쳤다”, “많이 속아왔다. 이제는 의사들이 무시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 사회주의적 의료체계 속에서 저수가 등으로 인해 희생을 강요당해온 의사들의 불만과 분노가 터져 나왔고, 이를 최 당선인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라거나 “그간 대화와 협상으로 얻은 것들을 한 번에 잃을 수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하지만 6명의 회장 후보 모두 ‘투쟁’을 기치로 내걸었음에도 최 후보가 당선된 것을 두고, 적당함을 모르는 과감함과 저돌성이 정부를 향한 의사들의 반감을 자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바닥까지 내려왔는데 문재인 케어 도입 후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의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 선봉에 최 당선인이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최 당선인은 당선과 동시에 의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당선증을 받은 후 “의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가장 강하게 강조했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를 위해 합법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케어의 핵심과제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의 첫 사례로 오는 4월 1일 시행을 앞둔 ‘상복부초음파 급여기준 개정안’을 두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예비급여 80%를 도입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하며 “정부가 시행을 강행할 경우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앞으로는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뒤로는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최 후보를 젊음과 열정을 지닌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하며 언론을 통해 당선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강도태 실장 또한 후보시절과 달리 당선인의 신분인 만큼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하며 의료계에 산적한 현안들을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해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복지부 관료들의 축하인사를 두고 “말 속에 뼈가 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는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청와대가 문재인 케어 시행 지연을 두고 복지부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풀어가자는 화해의 표시이자 의협회장이 된 만큼 투쟁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 입장이기에 의료계를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돼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한편, 복지부는 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후 이렇다 할 공식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더구나 상복부 초음파 급여기준 개선안 발표 후 방사선사들의 생존권 확보라는 명분을 내건 반대와 의료계의 예비급여 강행철회 주장이 맞물리며 거센 반대여론에 휘말려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에 어떤 행보를 걸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