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이후 입식된 산란계들이 일시에 물량을 쏟아내면서 계란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7일 기준 계란 한판 30개들이 소매 가격은 평년 5896원 대비 21.9% 떨어진 4606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AI로 인해 2500여만마리의 산란계들이 살처분되면서 폭등했던 7349원보다 37% 이상 낮은 가격이다.
이는 AI 이후 산란계 입식이 동시에 진행돼 계란 출하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기준 산란계 수는 7271만마리로 2015년 9월 최대를 기록했던 7209만마리를 넘어섰다. 적정규모로 추산되는 6500만마리보다 700만마리 이상 많은 수치다.
여기에 매년 이어지는 AI 파동으로 인해 학교 등 단체급식에서 계란 소비가 점차 줄어드는 영향도 있다.
계란자조금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월평균 계란요리 급식이 가장 많은 곳은 병원으로 18.68회였다. 10회가 넘는 곳은 산업체 10.39회와 기타 10.32회 정도에 그쳤다. 학교·급식전문업체, 보건소는 각각 7회와 4회 수준이었다. 하루 평균 생산되는 4200만개의 계란을 소비하기에는 부족한 숫자다.
과잉공급으로 인해 계란가격이 폭락하자 양계협회는 현재 사육중인 산란계의 12%에 달하는 850만마리를 도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사육마릿수 10만마리 이상 대규모 농가에서만 도태를 진행하며 지난해 AI로 인해 수입이 전무했던 농가의 경우는 제외키로 했다. AI 이후 재입식했던 산란계를 다시 살처분하는 극약처방이다.
일선농가의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는 농협을 통해 소비촉진 활동을 진행하며 수급 조절을 유도하고 있다. 농협 임직원 1인당 계란 5판 이상 팔아주기, 계란 사은품 나눠주기, 사회 취약계층에 계란 보내기 등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산란계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장 모 씨는 “계란 나눠주기 등 소비 촉진 행사로 해결되기에는 사태가 심각하다”면서 “정부차원에서 과잉생산된 계란 등을 수매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