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상실” vs “학종 억제”… 수능최저 폐지 논란

“기회 상실” vs “학종 억제”… 수능최저 폐지 논란

기사승인 2018-03-29 06:00:00


‘수능 최저기준 폐지 반대’ 국민청원, 6만9600여명 동의

교육부 “무분별한 학종 확대 신중 기하는 계기 될 것”

교육부가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도록 대학들에 권고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객관적 잣대인 최저학력 기준이 없어지면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수시 준비가 더 막막해질 것이란 국민청원이 높은 동의율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수시 전형의 취지를 살리고 학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입시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라고 각 대학에 권고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폐지 철회”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 중 ‘수능최저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축소를 원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자신을 고교 3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학종은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생활기록부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전형”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시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시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능최저 등급까지 폐지한다면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정확한 기준 없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막막함을 안고 가야한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은 28일 오후 11시 현재 6만9600여명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번 교육부 방침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27일 기자회견을 가진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대입전형의 핵심요소로 학생부 위주로 평가하는 수시에서 학생의 객관적 수학능력을 담보한다”면서 “이를 맞추지 못한 수시합격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고 수시·정시 간 기형적 비율을 조정하는 역할도 해왔다”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 유지를 주장했다.

교육부 권고대로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실행할 경우 수시 선발인원이 70%를 넘은 상황에서 수능 영향력은 다시 축소되고, 내신이 약한 학생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수능 점수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수요가 발생하는 등 사교육 의존도가 더 심화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로 사교육 시장에서는 수능에 특화된 ‘과외 선생’ 찾기가 이미 어려운 지경이라는 말까지 전해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어지면 교과전형, 종합전형, 논술전형 등의 수시가 결과적으로 내신이 좋은 학생들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수능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사교육을 쫓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교육부는 학종 확대를 억제하고 대입 공정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간 수험생들은 학종 등 수시에 응하더라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이 가능했는데, 대학들이 수시나 학종을 확대하면서 기준 미달 학생을 거르고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려 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는 학종 모집 비율이 60% 이상(2018학년도 기준)이며, 고려대는 한 해 사이(2017∼2018학년도) 학종 비율을 40%포인트 이상 높이는 등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가파른 학종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최저학력 폐지는 수시를 수시답게 해 학생 부담을 줄이고, 대학이 무분별한 학종 확대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학들이 권고를 수용할 경우 2020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국장은 “2016년 10월 사걱세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교사 및 학생, 학부모 2만4000여명을 상대로 진행한 ‘대입전형 인식 실태조사’에서도 학생들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종 요소’로 수능 최저학력 기준 등을 꼽았다”고 말했다.

구 국장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의한 탈락자가 많이 발생하는 대학은 그만큼 현실보다 높게 기준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며 “논술이면 논술, 교과면 교과, 종합이면 종합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이 합격을 해야 하는데, 잘 했다고 평가를 받아도 최저학력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떨어지는 것은 전형 취지에 역행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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