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치료 100년,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기가 연다

방사선치료 100년,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기가 연다

기사승인 2018-03-29 14:23:30

그간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이후로는 50%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치료가 어려웠던 골육종이나 재발성 직장암, 5년 생존율이 여타 암보다 낮은 폐암과 간암 등 난치암으로 고통 받던 환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꿈의 치료기’ 혹은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암 치료 장비’로 평가되며 ‘날카로운 명사수’라고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heavy-ion therapy system)가 2022년부터 연세의료원(원장 윤도흠)에서 가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연세의료원은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뒤편 주차장에 지하 5층, 지상 7층, 연면적 약 3만5000㎡(구 1만평) 규모의 신축건물에 치료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의료원은 29일 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중입자가속기를 개발·판매하는 일본 도시바(사장 쯔니카와 사토시)와 국내 허가 및 자제조달 등을 담당하는 DK메디칼솔루션(회장 이창규) 관계자들이 모인 자이레서 중입자 치료기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내과 김용배 교수는 중입자 치료기의 장점과 기대효과 등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원자가 신체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에너지를 방출해 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조직을 사멸시키는 원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기기다.

빛의 70% 속도로 가속된 중입자는 이미 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양성자보다 12배가량 무거워 3배 이상 높은 암세포 사멸률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치료기간도 양성자 치료가 평균 30회가량 이뤄져야하는 반면 중입자 치료는 12회로 짧다.


기존 5~7주가 소요되는 기존 방사선 치료와 비교하면 중입자 치료를 받을 경우 초기폐암의 경우 1주, 간암은 2주, 치료기간이 긴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도 3주 이내에 치료가 끝나 높은 치료효과와 함께 기간도 상당수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국내에만 난치암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전체 암 환자의 20%로 연간 1만명 이상”이라며 “2022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가 시작할 예정이며 완성될 경우 연간 1500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도흠 의료원장은 “난치암과 초고령화 시대의 암환자 치료법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암 치료인 중입자 치료기를 통해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며 “도입까지 5년여의 시일이 걸렸지만 허송세월은 아니었다.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세의료원의 발전을 넘어 일본과 독일로 치료를 받으러 떠나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대한민국 최초로 암센터를 개설해 암 치료의 새 장을 열었던 연세의료원이 중입자 치료기를 통해 또 다시 암 치료 혁신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의료원에서 도입하는 중입자 치료기는 입자를 가속하는 가로 20m 높이 1m의 싱크로트론과 세계 최초로 무게가 200t(톤)에 길이가 9m에 달하는 치료기기인 회전 갠트리 2개, 고정형 갠트리 1개다.

일본 도시바를 대표해 참석한 마모루 하타자와(Mamoru Hatazawa) 도시바ESS 부사장은 “회전 갠트리 방식은 환자가 누워있는 테이블이 치료기기에 맞춰 움직이는 방식이 아닌 치료장비가 360도 회전해 모든 각도에서 중입자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해 정교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 환자 불편을 줄이고 치료시간을 단축한 세계 최고 기술”이라고 자부했다.

의료원은 이처럼 도시바의 초전도기술이 접목돼 소형화, 경량화된 갠트리 외에도 도시바의 실시간 영상유도 중입자 치료와 초고속 고정밀 에너지 조절시스템, 초고속 3D 리스캐닝 치료기술 등을 함께 적용했다.

이에 대해 김용배 교수는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했고, 윤도흠 의료원장은 “시설 설비와 함께 기술진 및 의료진의 교육과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 이미 1년 전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일본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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