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지역 전문병원 ‘0’… 아직 여유로운 정부

4개 지역 전문병원 ‘0’… 아직 여유로운 정부

살려달라는 전문병원들 호소에도 정부, “옥석가려 지원 논의”

기사승인 2018-03-31 00:10:00
정부는 2009년 1월, 의료법을 개정해 2011년부터 낮은 진료비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병원제도를 야심차게 시작, 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전문병원이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기 전문병원은 20개 분야 99개 병원이 지정돼 진료비는 2차 의료기관급이지만, 의료수준은 3차 의료기관급이란 평가 속에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병원들도 전문병원 명칭사용에 따른 차별화효과 등을 기대하며 반겼다.

재지정주기가 도래한 2014년,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전문병원이 신청을 하지 않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133개 병원이 신청해 32곳이 새롭게 진입하며 1기보다 12곳이 많은 111개 병원이 2기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의료질 지원금과 전문병원 관리료 등 수가도 신설돼 ‘간판효과’ 외 다른 혜택도 받았다.

그 때문인지 지정당시만 해도 특정 지역이나 척추·관절 등 특정진료과로의 지정쏠림이 발생했지만 크게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2017년 말, 3기 지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련의 문제들이 더욱 심화되며 담당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신경을 자극했다.


실제 3기 지정신청을 받은 결과, 2기 전문병원 중 3기 전문병원 지정신청을 한 의료기관은 병원이 77곳, 종합병원 13곳, 요양병원 6곳, 한병병원 5곳 총 101곳으로 10곳이 신청을 포기했다. 신규로 진입을 시도한 의료기관도 26곳으로 2기 신청 당시보다 6곳 줄었다.

결국 3기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108개소로 2기보다 3곳 줄었다. 문제는 2기 지정당시 보였던 척추·관절 분야 집중과 특정지역 공백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것. 지정현황을 살펴보면 관절이 19곳, 척추가 16곳, 한방척추가 8곳으로 분포하고 있다.

여전히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은 지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한방중풍 전문병원도 이번엔 지정된 곳이 1곳도 없다. 이 외에도 심장, 유방, 주산기, 신경과, 한방부인과 전문병원이 전국에서 1곳씩 밖에 없으며 외과와 이비인후과는 2곳 뇌혈관은 3곳이 존재할 뿐이다.

지역별 편중은 더욱 심각하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강원도, 제주도에는 전문병원이 전무하다. 반면, 서울은 26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는 23곳, 대구 16곳, 부산 15곳, 인천 9곳 순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전문병원이 수도권과 대구, 부산에 편중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병원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전문병원 지정을 위한 필수조건에 속하는 ‘의료기관 인증평가’가 까다로워진데다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사용을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기관들이 여전히 존재해 차별화를 통한 효과가 크지 않아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더구나 전문병원관리료 등 일부 수가가 신설·지급되고 있지만 현실과 괴리가 커 큰 도움이 안 되며, 인증이나 질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높고 기준은 여타 종합병원 이상으로 획일화돼 특정 진료 분야에 특화된 전문병원들이 지정을 받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30일 열린 전문병원협의회 정책세미나에서 보건의료정책과 전문병원 활성화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방향 중 하나를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서비스 체계로의 전환으로 꼽고, 전문병원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전문병원 지정제도가 도입된 후 진료비 점유율이 올라가고 청구건수도 늘었다. 건당 진료비는 감소하고 재원일수도 종합병원의 90% 수준으로 수치상 경제적으로나 효율 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다소 이견이 있을 순 있지만 제도의 필요성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역량있는 중소, 전문병원이 지역사회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전문병원들이 줄어들고 있고, 심지어 빠진 지역들도 있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문제가 상당히 있다는 의식도 가지고 있다. 깊이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개선의지를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정 과장은 ▶의료질 평가지원금 전문병원 적용 및 규모 확대 ▶불법적인 전문병원 명칭사용 단속 ▶인증마크의 변화를 통한 확실한 차별화 제공 ▶전문병원 관리료 등의 현실화 ▶지역적, 분야별 분포 고려한 옥석가리기 등을 제시하며 전문병원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 신뢰도 및 인식 제고, 필수진료과목의 육성을 위한 지원의지도 내비쳤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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