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마찰로 인한 국제 돼지고기 가격 급락과 구제역 등 돌발악재로 한돈의 가격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삼겹살 가격은 소매 기준 100g당 176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도매가격 역시 ㎏ 당 4429원으로 전년 대비 3.9% 싸졌다.
돼지고기 가격 하락은 전국단위 사육 마릿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종돈 수는 약 100만마리로 같은 기간 최대 3.5%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돼지 마릿수도 3.6% 많은 1070만 마리로 늘어났다.
또한 4월 돼지고기 생산량 역시 등급판정 마릿수가 증가함에 따라 전년 동월보다 7.7% 증가한 7만7000톤으로 전망된다. 특히 5월에 종부시킨 돼지들이 출산하는 9월경에는 전체 마릿수가 최대 1100만마리까지 늘어나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수입산 돼지고기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 역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 돼지고기에 25%의 관세를 붙이면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선물 가격은 6월선물 기준 지난달 23일 파운드당 73.6센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올해 1월 기록했던 85.55센트 대비 13.3% 폭락한 가격으로 선물 거래를 시작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구제역으로 인한 변수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김포의 한 돼지 농가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의 경우 2000년 이후 연천·포천 등 소 농가에서 2차례 발견됐으나 돼지농가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87건의 A형 구제역 가운데 돼지는 3건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1100만마리의 사육두수는 O형 백신만 접종된 상태로, A형 구제역에 대한 대비는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 800만마리의 A형 구제역 백신이 확보됐지만 경기·충남지역 440만두에 2차례 접종만이 가능한 수준이다. 나머지 660만두에 구제역이 확산된다면 수요감소로 인한 가격인상 역시 불가피하다.
실제로 돼지와 소 약 350만마리를 살처분했던 2010년 구제역 당시 돼지고기 가격은 4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충북 보은의 한우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경우도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이 평균 10% 뛰었다. 구제역 확산이 우려되면서 중간유통상들이 물량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더라도 가격상승요인이 남아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마찰로 인한 국제시세 하락은 국내 시장 반영까지 시간상 여유가 있는 편”이라면서도 “(구제역이 확산된다면) 가격상승으로 인해 수입산과의 가격경쟁 우위를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