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vs 정부, 국민 위하는 서로 다른 길

의사 vs 정부, 국민 위하는 서로 다른 길

문재인 케어보다 필수의료라는 의료계, 보편적 보장확대 우선하는 정부

기사승인 2018-04-03 01:02:00

의사들이 최대집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하 문재인 케어)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 당선인은 정부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4월 중 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비롯해집단휴진과 같은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를 일부나마 엿볼 수 있는 의견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이건세 교수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춘배 교수, 같은 대학 정경대학 글로벌행정학과 정무권 교수가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 최신호에서 필수의료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먼저 이 교수는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의료의 구조적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글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국가의 기본 의무이므로 필수의료 영역에서 발생하는 착한 적자는 국가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보전함으로써 체계를 정비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응급의료, 중증외상센터, 심뇌혈관질환센터 등에 대한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구조적인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 개선을 통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보건의료계의 구조적 개편 등 보편적인 접근에 앞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외상·심뇌·중환자·신생아·고위험 등 긴급하고 시급한 의료영역으로 정의되는 필수의료 영역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이고,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같은 책임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수의료분야에서 국가책임제를 할 수 있는 경제적 규모도, 역량도 있다. 의료진도 지난 메르스의 경험에서 보듯 사명감을 갖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현장을 고려한 정부정책이 제시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신,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이 아닌 협력하며 필수의료부터 완성해 나가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춘배 교수와 정무권 교수도 ‘필수의료 영역의 국제동향과 한국의 현황’이라는 글을 통해 보편적인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도 중요하지만 외형의 성공에 집착하지 말고, 국민 간의 건강불평등과 함께 필수의료 영역 간의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유사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된 후 항목별, 상병별 보장성 강화와 본인부담상한제 등 비용접근방식을 적용해왔고,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우리 중환자의학은 지금 그 수준이 매우 뒤떨어져있다”고 평가했다. 중환자의학을 포함한 필수의료의 운영에 따른 재정적 부담과 손실을 민간이 상당부분 짊어지면서 발전이 더뎠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드러난 중증외상센터와 중환자실 실태는 빙산에 일각이다.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의료접근성을 담보하는 보험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은 중환자의 사망률이 병원 간에도 27~79%까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보편적 의료보장인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마취통증의료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결국, 문재인 케어로 대변되는 보건의료계의 구조적 모순 해결도 중요하지만 당장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외면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 체계를 보다 단단히 구축해, 있으면 좋은 혜택보다 있어야하는 버팀목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으로 보장성을 강화한다며 본인부담금 80~90%의 예비급여 같은 곳에 쓸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먼저 투자해야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의식이 문재인 케어, 특히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강하게 반대하는 바탕에 깔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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