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불황이 이어지면서 ‘불황수혜주(酒)’인 소주 판매량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대로 맥주와 막걸리는 안방싸움과 규제에 발목잡혀 위축되고 있다.
◇ 소주 뛰고 막걸리·맥주 주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내수량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130만9000㎘로 나타났다. 통상 소주 한 병 용량인 360㎖로 환산할 경우 36억3600만병이 판매된 셈이다.
20세 이상 인구 4204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국민 1인당 연간 소주 소비량은 87병에 달한다.
2011년 116만㎘였던 내수량은 2014년 126만㎘으로 전반적인 상승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에서 2016년 3.1%로 소주 내수 증감량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했다.
반대로 막걸리와 맥주는 성장이 둔화돼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막걸리 내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32만㎘에 그쳤다. 2008년 13만㎘ 수준이었던 막걸리는 발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3년 사이 241% 이상 폭등했으나 소비가 시들해지면서 2015년 고점 대비 20% 쪼그라들었다.
이후 국순당에서 ‘쌀바나나’, ‘쌀크림치즈’ 등 첨가물과 향을 넣은 제품을 출시하며 분위기 반등을 노리기도 했다. 2016년 당시 이른바 ‘바나나 트렌드’, ‘과일주 트렌드’와 함께 맞물리면서 회복세를 보였으나 극적인 반등은 이루지 못하고 하락세를 막는 정도에 그쳤다.
맥주는 수입맥주의 득세로 안방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 7474만ℓ 수준이었던 수입량은 2016년 2억2055ℓ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맥주 출고량은 20억301만ℓ에서 2016년 19억7800만ℓ로 감소했다.
아직 수제맥주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15% 수준에 불과하나 시장 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 수입맥주가 국산맥주 파이를 갉아먹는 상태다.
또한 일각에서는 음식점 등에 납품되는 업소용 제품을 제외한 편의점·대형마트 등 소비자채널에서의 비율은 ‘반반’으로 보기도 한다.
◇ 역차별·규제에 발목잡힌 ‘2弱’
막걸리와 국산맥주의 약세는 규제에서 기인한다. 막걸리의 경우 제조 시 원 재료를 막걸리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향이나 색소를 첨가할 경우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리돼 막걸리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 또한 세금 역시 탁주 5%보다 높은 기타주류 30%가 적용된다.
유통경로도 달라진다. 탁주와 약주, 청주 등은 특정주류도매업자가 판매하며 기타주류는 종합주류도매상이 취급하게 된다. 소주·맥주 등을 취급하는 종합주류도매상 입장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은 막걸리 제품 등을 굳이 유통할 이유가 없어 경로 자체가 좁다.
막걸리 업계에서 다양한 연구개발과 현실적 유통채널 확보를 위해 향과 맛이 첨가된 막걸리를 탁주로 구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과세표준 방식인 종가세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종가세는 원료와 포장, 재료비 등의 제조원가에 광고·영업비용 등 판매관리비가 모두 포함된 원가에 주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고급 포장을 사용하거나 비싼 원료를 사용할 경우 세금이 크게 뛴다.
맥주의 경우는 수입맥주와의 역차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미 FTA 협정세율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로 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맥주에 대한 세금이 철폐됐다.
이에 따라 국산맥주 대비 수입맥주의 가격경쟁력은 더 커졌다. 주세법상 우리나라 맥주는 과세표준(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의 합)의 72%를 주세로 매겨진다. 또한 교육세(주세의 30%), 부가세(과세표준·주세·교육세의 10%)를 더해 최종 세금이 적용된다.
반대로 수입맥주는 과세표준에 수입 신고금액만 더해지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관세 4.2%가 추가됐으나 이마저도 폐지되면서 국산맥주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약화됐다.
수입맥주 신고금액의 경우 수입업체가 임의로 정해 신고할 수 있어 낮게 책정해 세금을 더 줄일 수 있다. 세금의 차이는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와 막걸리는 모두 내수 (제품이)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건전한 경쟁을 통한 ‘윈윈’이 이뤄져야 하지만 규제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