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상품의 불명확한 약관규정이 소비자와 분쟁을 야기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이슈와 논점 ‘암보험 약관의 문제점 및 개선과제’에서 김창호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암 보험 약관에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암 보험금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명확하지 않은 암보험 약관에 대한 소비자와 보험사간의 해석차이로 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민원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 조사관이 한국소비자원에 올라온 민영보험 품목 중 ‘암’으로 조회한 민원건수를 분석한 결과, 상담은 2015년 607건, 2016년 588건, 2017년 673건에 달했다. 또 피해구제는 2015년 72건에서 2016년 140건, 2017년 201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특히 소비자가 암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동일 내용의 암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보험사별로 약관의 해석이 달라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피해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한국소비자원 ‘암보험약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로 암 수술비의 경우 ‘암 합병증이 발생해 이로 인한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 A보험사는 ‘1회 한도로만 암수술 급여금을 지급’했지만 B보험사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의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암수술급여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 결정했다.
암 입원비와 관련해서도 ‘암수술 후 암요양병원에서 30일 입원치료를 받고 보험금 청구’시 A보험사는 ‘30일 입원급여 중 15일만 암입원급여금으로 지급’한 반면, B보험사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아니어서 암입원 급여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김 조사관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라는 경우와 관련해 암보험 약관 규정상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준이 없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사례나 법원의 판례를 참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의료감정시스템의 공신력 미흡도 지적됐다. 김 조사관은 “현재 암보험 약관규정상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 입원·수술·요양하는 경우, 보험사는 실제 암환자들이 입원·수술·요양해 치료한 해당 병원의 담당 주치의사의 진단이나 소견은 무시한 채 보험사 자문의사의 자문소견서를 근거로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한’ 입원·수술·요양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환자를 보지도 않고 치료도 하지 않은 보험사 자문의사가 적정치료기간에 대해 자문소견서를 작성하는 것이 타당한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음에도 소견서를 작성하는 것은 법적으로 의료행위에 위반되지 않는지 등을 따져 소비자가 불리한 점이 없도록 조속히 개선해야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보험소비자가 보험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암입원(수술)비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입원(수술) 필요성 및 암의 직접치료 여부에 대한 입증(보험수익자)과 이에 대한 조사나 확인(보험회사)이 진행돼야 하고, 필요시 보험사는 동의를 얻어 의료자문을 통해 다른 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때문에 보험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이 절차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에 대한 의학적 판단기준이 계속 변화되고 있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실제로 종합병원 소속 전문의가 보험금 분쟁에 대해 제3자로서 의학적 소견을 밝히는 것을 기피하며,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일부 의사들의 불공정한 의학적 판단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조사관은 암보험 관련 판례를 일정기간이나 정례적으로 암보험상품 약관에 구체적으로 예시를 넣어 규정을 새롭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대법원 2008.4.24. 선고 2008다13777, 대법원 2013.5.24. 선고 2013다9444)은 ‘암 치료의 직접목적’ 여부는 ‘종양을 제거’하거나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종양 약물치료를 위하여 입원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주치료병원에서 암 치료 후 그로 인한 후유증을 완화하거나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입원에 대해서는 암입원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관련 약관규정을 판례에 근거해 엄격하게 규정하더라도 ‘말기암환자,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된 경우, 암 합병증 발병시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유지가 불가능한 경우(긍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 제2010-19호), 암치료시 병실부족 등으로 부득이하게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등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의 삽입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약관에 구체적인 예시를 사용해 소비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보험약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의료감정시스템에 대해서는 보험소비자이 다양한 금융감독당국의 이러한 조치들을 실제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매년 보험관련 민원은 증가하고 있어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의료심사 전문기관에 암보험 약관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한’ 입원·수술·요양에 대한 의료적 판단 및 심사를 의뢰하거나 아니면 국가가 주도하는 암보험을 포함한 질병보험 전반에 대한 의료적 규정의 판단 및 해석을 담당할 공신력 있는 의료감정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민간보험인 암보험의 심사를 하는 것은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공정성 및 전문성 확보차원에서 자동차보험 위탁심사와 같이 질병(암)에 대한 전반적인 심사위탁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일관성 있는 암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고, 보험사의 신뢰도 역시 제고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보험관련 소송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암보험과 같이 대다수 국민이 가입하는 질병보험에 대해 표준약관을 제정할 필요가 있으며, 질병(암)보험 관련 표준약관에서 의학적 용어와 내용, 관련 규정에 대해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조사관은 “암보험을 비롯한 질병보험약관이 의학적인 용어와 결부되어 어렵기 때문에 설계사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은 암보험의 용어 및 상품 교육을 강화하도록 보험사를 철저하게 지도 감독할 필요가 있다”며 “또 암이 발생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점에서 보험사와 다툼의 소지가 많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설계사가 설명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보험사를 관리 감독할 의무도 있다”고 밝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