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파라솔들이 길 양편에 주욱 늘어서 있었다. 아침부터 내린 봄비에 상인들은 비닐을 꺼내 홍삼과 생선, 버섯 등이 아름 담긴 광주리를 덮었다. 멀리 보이는 노란색 플랜카드에는 ‘경축,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OPEN’이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 첫 서울지역 상생스토어… 상생 물꼬 틔운다
5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평일 오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단순히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을 방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이 삶의 터전들인 상인들과 오랜 시간 시장을 찾은 단골손님들의 발자취 때문이었다.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아 마치 지역에서 열리는 3일장·5일장이 연상될 정도였다.
시장입구에서 300여m 걷자 경동시장 신관에 도착했다. 2층으로 올라서자 이날 개점한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에 들어설 수 있었다. 신관 2층 입구에서부터 노브랜드 매장까지 직진 거리는 짧았지만 인삼과 옷, 한복, 백수오 등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블록 형태로 구획돼있어 한 눈에 들어왔다.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이 위치한 신관 2층에는 기존 29개 점포가 그대로 영업 중이다. 다만 이마트는 인테리어 개편과 레이아웃 조정 등을 통해 기존 점포들을 전면 배치했다. 고객들이 노브랜드 매장에 들어서는 동선에 해당 점포들을 지나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매장 안에서 만난 이범례(76·여)씨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길래 들어와봤는데 깔끔하게 잘 꾸며놔서 종종 들릴 것 같다”면서 “해 놓은 거 보니 (젊은 고객 유치) 기대는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개점한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은 400㎡(121평) 규모로 경동시장 신관 2층에 들어섰다. 1960년 개장된 경동시장은 현재 730개 점포가 들어서있고 유동인구도 5만~7만명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러나 주 고객 연령층이 50명~70대인 ‘고령화 시장’이다. 따라서 시장 전체 공실률은 10% 정도이나 접근성이 불편한 시장 2~3층은 평균 공실률이 50%에 달했다.
실제로 상생스토어가 들어서기 전 경동시장 신관 2층은 인삼·의류 점포 29개만이 남아 공실률이 60%를 넘어섰다. 시장활성화와 재도약을 위해서 젊은 고객의 유치는 반드시 필요했다. 경동시장상인회는 730개점포 2000여명의 상인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직접 당진과 안성 상생스토어를 방문해 살폈다. 이 과정을 거쳐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은 8개월 만에 어렵사리 문을 열게 됐다.
이마트는 경동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냉동과일과 냉동축산을 제외한 채소·과일·건어물·수산을 판매품목에서 제외했다. 영업시간도 한 시간씩 당겨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정했다.
매장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돌자 이마트가 고객유입을 위해 접목한 스타벅스 재능기부카페 ‘카페숲’이 눈에 들어왔다. 스타벅스는 매장 인프라 등을 지원하며 실제 운영은 경동장학재단이 맡는다. 수익금은 동대문구 전통시장 상인 장학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향후 스타벅스는 인근 지역의 커피마스터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커피 교육 재능기부 활동을 이어간다.
이밖에 아이와 함께 찾은 부부를 위한 어린이희망놀이터와 동대문구가 책 2000여권을 지원해 구성된 작은도서관도 입점돼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스타벅스 관계자는 “추후 경동시장 상인분들의 자제들이 바리스타로 근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일자리 지원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주차·교통은 숙제… 정부 차원 지원 절실
2층 노브랜드 매장을 나와 3층으로 올랐다. 3층과 4층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층을 이동하는 층계와 구조 역시 옛날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노브랜드 매장이 위치한 2층과 이질감이 느껴졌다. 시장 전체를 리모델링해 통일된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보여줬던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과 다른 점이었다.
현재 공실이 많은 3층은 추후 시와 협의를 거쳐 청년몰 입점에 사용할 방침이다. 앞서 론칭한 노브랜드 선산봉황시장점에는 현재 총 21개 점포의 청년몰이 운영되고 있다.
처음 찾은 소비자의 동선으로는 2층 노브랜드 매장이 워낙 가시성이 좋아 신간 지하에 위치한 식당가와 1층 건어물상가를 들리기 어려웠다. 소비자 동선을 강제하기 위해 출입구 한 편을 막아 2층에서 3·4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노브랜드 매장을 나와 1층이나 지하 복도를 이용해야 했다.
전통시장의 약점으로 꼽히는 주차, 교통 문제 역시 해결해야할 숙제였다. 경동시장에서 안암동으로 이동하는 도로는 왕복 6차선이나, 인도에 가까운 차선은 물건을 납품하는 탑차와 상인들이 이동시 사용하는 손수레, 자전거 등이 주차돼있어 차도로서의 기능은 상실한 상태였다.
신관 지하에 위치한 주차장 역시 부족했다. 지하 주차장 관리실의 관리인은 부재중이었으며, 인근 상인 다수에 물어본 결과 최대 수용가능 차량은 70대 정도였다. 여기에 월주차를 사용중인 입점상인 차량과, 물건납품을 위해 주차하는 탑차 등을 제외하면 50여대가 한계였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마트와 노브랜드가 손 쓸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시·구청 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보였다.
다만 시장과 시장과의 연계성은 뛰어나 작은 문제점이 개선된다면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이 젊은 소비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중심 축이 될 가능성은 충분했다. 실제로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을 나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제기약령시장이 있으며, 반대편으로 약 3분~5분간 걷자 청량리 시장 아케이드로 이어졌다.
시장 상인 장모(45)씨는 “아직 (상생스토어가) 시작 단계라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시장에 새로운 것이 시도된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인접한 다른 시장에도 이러한 점포가 들어와 서로 연계된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