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직 종용 의료기관평가인증, ‘바뀐다’

불법·사직 종용 의료기관평가인증, ‘바뀐다’

평가인증 비현실성 공감… 3개월 시행유예 후 개선 결정

기사승인 2018-04-06 07:10:12

당초 2018년 1월 공표돼 하반기 중 시행될 예정이었던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의 기준공표가 8월로 연기됐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향후 3개월여간 인증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복지부는 5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제14차 평가인증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 등 의료기관들의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추가지표 개발 등을 위해 4개월여간 지연됐던 인증기준 공표를 3개월 추가 연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표개선을 위한 혁신TFT(Task Force Team)을 꾸리고, 일선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2명을 지원받아 지표의 현실성과 의료기관 및 종사자의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함께 결정했다.

이는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 이대로는 안 된다”면서 장외집회를 진행하는 등 강하게 반대 해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의 뜻이 의료기관 등 평가위원들의 동조를 이끌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보건노조는 인증제를 ‘1회성 반짝 평가’, ‘국민 눈속임 평가’, ‘보여주기식 평가’라고 비난하며 “보건의료노동자들을 휴직과 사직으로 내모는 평가방식을 개선하고 평가의 변별력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제도 개선 없이는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시작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인증제 3주기 기준을 최종결정하기로 했던 14차 평가위원회 당일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여의도 인증원 앞 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극심한 업무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환자안전이 위협받며,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상황을 자아내는 지금의 의료기관평가인증을 거부할 것”이라며 정정인력 확충과 유지가 담보될 수 있는 인증제로의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인증기준과 인증평가과정에서 벌어지는 편법적 인력운영·배치, 환자수 줄이기, 간호사 등 의료진 강제동원 및 교육 등 현장에서 이뤄지는 문제들을 평가위원회 위원들이 인식하고 공감해 3주기 평가기준을 재개정해야한다는데 뜻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가 요구한 평가 1년 유예는 법제도 상 어려운 만큼 3개월을 연기하기로 한 것.


이와 관련 3주기 평가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나순자 보건노조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건물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과 만나 “평가위원 모두가 지금의 인증평가기준으로는 안 된다는데 동의해 유예가 결정됐다”며 위원회의 결정사항과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환자안전을 확보하고 인증제도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결국 의료기관 내 적정인력이 확보돼야한다”면서 “실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추가된 혁신TFT에서 현장이 느끼는 고충과 어려움,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준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모습이었다.

한편, 의료기관인증제도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을 위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유도해 의료소비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고 서술돼 있다. 

하지만 보건노조에 따르면 그간의 인증제도는 3~4일간의 의료기관 평가기간에만 환자수를 줄이고 의료인력을 경력위주로 확충해 안전과 질이 좋은 것처럼 꾸몄다. 더구나 의료인력을 창틀딲기, 환경미화 등 불필요한 업무에 내몰거나, 평가준비기간 중 보상 없이 연장근로나 휴일근무를 강요하는 등, 제도 취지에 오히려 역행하며 누구에게도 득이 없는 제도였다.

심지어 2017년 보건노조에서 시행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서 의료기관 평가인증에 대한 부담으로 휴직이나 사직을 고려한다는 비율이 73%에 달했고, 인증을 피해 병원을 옮겨다니는 ‘인증유목민’들을 양산하는가 하면, 인증평가를 앞두고 육아휴직이나 출산계획을 잡는 일들도 다반사였던 것으로 알려지며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이에 3개월 후 제도가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