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없이 부실한 건강보험 소아보장성

해법 없이 부실한 건강보험 소아보장성

정부지원 부족에 병원 밖 나가기 두려운 환자와 보호자

기사승인 2018-04-08 01:00:00
의료계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를 ‘싸구려 케어’ 혹은 ‘뭉 케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집단휴진 등 강경투쟁의사를 내비치는 의사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라며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뜻을 전하는 방식이나 표현은 거칠지만 내용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제기들이 포함된 만큼 전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 대표적인 사안이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다.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예비급여의 허구성과 재정적 부담, 이와 연관되거나 파생되는 문제들을 우려했다. 예비급여가 적용돼도 국민의 본인부담금이 80, 90%로 높아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 어렵고, 재정적 부담은 커 효과적이지 못한 정책이라는 평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위의 주장은 한정된 재원을 오히려 문재인 케어에 포함되지 못한 필수의료나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개선과 지원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통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현 정권에서 보편적이지만 7%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30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여하기에 앞서 수천억원이면 해결되는 문제들부터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편적 보장성 강화에 해당하는 문재인 케어에 앞서 이행돼야할 보장성 확대정책으로 발달장애 혹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예로 들었다. 당장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미숙아들도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생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말 그대로 ‘연명’일 뿐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생활하기에는 치료여건이나 지원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
서울대병원 A교수는 “근래 이른둥이의 장기생존이 증가하며 뇌성마비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으며 영유아기를 지나서야 확인되는 인지발달, 주의집중력, 행동장애 등에 대한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 호흡기감염, 천식, 당뇨,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만성질환에의 노출도 많아지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커녕 의료기관 이용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국내에서 해마다 약 3000명의 1500g 미만 극소저체중출생아가 태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중 2500명 가량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퇴원 후에도 잔존하는 의학적 문제와 함께 운동·인지·사회성·행동·학습능력 발달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들이 병원을 나선 이후 어디에서 어떤 치료를 받으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사회적·의학적 지원이 부족해 정상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거나 가정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고위험군으로 분류됨에도 인지·발달 등에 대한 검사비용조차 지원되지 않아 상담이나 진료는커녕 문제의 파악조차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발달장애 뿐만이 아니다. 단장증후군으로 통칭되는 장부전환자들의 경우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영양분을 흡수해야하는 소장이 제 기능을 못해 매일을 TPN(Total Parenteral Nutrition, 총정맥영양)이라는 주사제로 생명을 이어가야한다. 그러나 병원 밖을 나올 경우 가정으로 방문해 TPN을 투여 받는 홈TPN서비스의 제도적·정책적 한계나, 관련 건강보험수가체계의 제한으로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의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홈TPN을 이용하고 있는 한 환자 보호자는 “병원별로 가정간호를 제공하는 거리에 제한이 있어 서비스를 받기도 힘들어 당일 조제가 돼야하는 약제를 당일 처방한 것처럼 청구하고 몇일 길면 일주일치를 조제해 지급하거나, 보호자들을 교육해 직접 TPN 주사를 투여하게 하는 등 불법과 편법 사이에서 요구와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보호자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정부 지원이 안 되는 등 제한이 많다. 재난적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없앤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지원되지 않는 비급여나 의료비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가족 중 환자가 생기면 일손을 놓거나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다.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장기간의 고통에 놓인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보다 촘촘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일련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은 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사안이라고 세부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부서나 기관이 많고, 사안 자체도 해결이 어려운 난제들이 섞여있어 해법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환자가 소수이기에 제도가 아닌 개별적이거나 직접적인 지원을 하기도 힘들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와 급여가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 관련 부서들이 얽혀있는 경우들도 있다. 어떤 점이 문제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점도 솔직히 존재한다”면서 “비급여의 급여화 또한 파악되지 않는 비급여들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정책”이라고 답했다. 이어 “제도나 지원에 있어 선후를 정하기는 어렵다. 최선을 다해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