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 논란에 휩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사명 교체, 사퇴 요구에 이어 불똥은 그가 쓴 동화책으로 옮겨 붙었다. "저자 조현민과 조 전무가 동일 인물이 맞는가"라는 문의가 출판사에 쏟아지고 있다.
조 전무는 여행동화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 시리즈 (홍익출판사)의 작가다. 홍익출판사 관계자는 1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전무) 갑질 파문이 터지고 난 뒤 저자가 조 전무와 동일인물인지를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수차례 왔다"면서 "아무래도 아이들이 보는 책인 만큼 부모 입장에서 (걱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면 '그 조현민이 맞다'고 답을 한다"고 말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조 전무 갑질 파문에 대해 "이게 무슨 일인가 당황스러웠다"며 "(이번 사태로) 조 전무가 쓴 책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생길 것 이라고 짐작은 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조 전무를 갑질과 거리가 먼 사람으로 기억했다. 관계자는 "조 전무를 굉장히 호탕하고 화끈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의사결정도 반듯해서 좋았다"며 "우리 측과 책 컨셉을 어떻게 잡을지 수차례 회의를 했었다. 미팅에 우리 측 관계자 2~3명이 나가면 대한항공 쪽에서는 조 전무, 조 전무 비서, 홍보파트 직원 등 5~6명 정도가 나왔다. 조 전무가 갑질을 하거나 막말을 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해당 출판사는 지난 2014년 대한항공 광고로 나갔던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당시 광고와 책 모두 반응이 좋았다. 조 전무는 이후 "내가 쓴 원고(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가 있는데 봐 줄 수 있겠냐"고 제의했고, 출판사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같은 해 열린 출간 기념회에서 조 전무가 "대필 작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원고를 작성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 관계자 역시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관계자는 "조 전무가 쓴 원고가 100%다. 다만 중간에 주인공 이름과 여행 정보는 출판사 측에서 정리해서 넣었다"며 "조 전무가 바쁜데 글을 쓸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책이 한 권 한 권 진행될수록 원고 완성도가 많이 늘었다. 시리즈가 다 문제없이 나갔다"고 밝혔다.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은 초등학교 5학년 지니가 여행을 준비, 혼자 배낭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용 여행안내서다. 지난 2014년 7월 일본 오키나와 편을 시작으로 미국 월리엄스버그(같은해 10월), 이탈리아 솔페리노(2015년 4월), 호주 케언스(2016년 9월), 홍콩·마카오(2017년 8월) 편이 차례로 출간됐다.
조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컵을 던지는가 하면 회의실에서 내쫓은 사실이 지난 12일 드러나며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지난 14일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이 고성을 지르며 폭언하는 4분가량의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또 같은 날 아버지뻘의 연장자에게 반말을 하고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하고, 대행사 직원에게 아이패드나 펜을 집어 던지는 등 '만행 리스트'가 잇따라 공개됐다. 조 전무는 현재 특수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경찰도 내사에 착수했다. 조 전무 측은 이날 "현재 조 전무의 직접 사과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정치권까지 번진 사퇴 목소리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