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혈액응고 위탁검사 금지는 심각한 직무유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혈액응고 위탁검사 금지는 심각한 직무유기

기사승인 2018-04-16 15:46:45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혈액응고의 위탁검사를 금지한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는 16일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혈액응고검사인 프로트롬빈 시간 검사(이하 PT 검사)에 대해 보관시간을 문제 삼아 위탁검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이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2조에 ‘검체채취에서 검사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경우 검사결과가 부정확해질 수 있는 검사는 위탁대상에서 제외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위탁 제외대상에 PT 검사를 포함시켰고, PT 위탁검사를 보험 청구하면 매번 열심히 삭감을 해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체검사를 주로 외부 검사업체에 위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와파린을 투여 받는 환자들이 내원하고 있고, 수술을 하는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수술전 검사로 PT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평원이 PT 위탁검사를전부 삭감하기 때문에 아예 검사를 시행하지 않거나, 상급병원으로 다시 전원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해 환자의 불편과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환자의 의료비부담도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정확한 PT 검사를 위한 보관시간이 짧아 위탁할 수 없다는 심평원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 논문을 찾아본 결과, 임상검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임상검사표준연구소(CLSI)가 발간하는 혈액응고 검사를 위한 혈액검체의 수집, 운반, 처리과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2003년도 제4판에서는 원심분리 여부와 상관없이 검체를 보관한 튜브가 개봉되지 않고 18~24°C 환경에 보관하는 경우 검체채취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할 것을 권고했다 

즉, CLSI는 검체를 18°C에서 24°C 이내에 보관하면 채혈 후 24시간까지는 PT 검사 수치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또 Y. ZHAO 등이 2013년 국제실험혈액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는 PT 검사의 경우 상온 또는 4°C 환경에서 24시간까지 보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으며, Limin Feng 등 역시 2014년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PT 검사의 경우 4°C와 25°C 모두에서 24시간까지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1997년 영국혈액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영국의 장기 항응고제 치료의 전통적인 모델이 환자들이 종합병원의 항응고클리닉에 자주 방문해 PT 검사를 받고 항응고제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었으나 갈수록 장기적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증가하자 환자를 일차의료기관으로 분산시키는 모델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환자가 아니라 검체만을 종합병원에 보내 PT 위탁검사를 시행하고, 검사결과와 와파린 용량조절을 일차의료기관에 통보하자는 것인데 이를 위해 검체채취 후 검사까지 검사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적정한 보관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검체채취 후 5일까지 PT 검사결과를 분석했고, 그 결과 검체채취 후 3일까지도 PT 검사 수치에 임상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자들은 외부 채혈(off-site blood sampling)은 지속적인 질관리와 중앙 전문가의 조언으로 일차의료에서 주요한 지출 증가 없이 환자급증에 의한 과도한 업무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보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검체채취 후 8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8시간의 검사지연이 PT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의원협회는 결과적으로 검체보관의 한계를 6시간으로 보고한 논문도 일부 있지만 CLSI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논문에서는 검체채취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하면 PT 검사에 임상적으로 유의할 정도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PT 검사장비를 갖추지 못해 검사를 위탁해야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검체채취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업체가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검체채취에서 검사까지 장시간이 소요되어 검사결과가 부정확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PT 검사를 위탁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심평원 규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PT 위탁검사가 급여화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복용약물이나 식사 등 여러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와파린의 체내 흡수율 및 대사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적절한 와파린 용량의 결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PT 검사가 필수적이고, 수술을 시행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술전 검사로 흔히 시행하는 검사이기도 하지만 심평원이 PT 위탁검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의원에서는 검사를 시행하지 않거나 아니면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약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지 못해 환자는 출혈 부작용이나 기존 질병의 악화가 우려되고, 출혈성 경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수술함으로써 심각한 수술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클 뿐만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볼 수 있는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전원함으로써 환자의 불편과 의료비지출이 커지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급여로 검사하고 싶어도 불법 임의비급여 돼 결국 의원급 의료기관은 아예 검사를 하지 않거나 삭감을 각오하고 검사를 하고, 아니면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PT 검사가 ‘검체채취에서 검사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경우 검사결과가 부정확해질 수 있는 검사’가 전혀 아님을 확인했다”며 “심평원이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에서 PT 검사항목의 위탁을 제외시킨 조항을 조속히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혈액채취 후 24시간까지도 PT 검사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PT 위탁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평원의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만약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PT 위탁검사를 하지 못해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그 모든 책임은 심평원이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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