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제조업체들이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을 낙점하고 있다. 이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정부규제와 무역마찰 등 불확실성이 많은 중국과는 달리 진출이 자유로우며 경제·인구 등 성장요소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사드와 관련한 경제적 압박을 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제츠 위원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사드) 관련 사항은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여일이 넘은 현재까지 중국정부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일각에서는 아직 사드 해빙(解氷)은 요원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포스트 차이나로 점찍었던 베트남 사업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베트남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2009년부터 외국 유통업체의 단독투자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하는데 있어 법안이나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 재래시장의 상권보호나 영세상인 보호규정도 아직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있는 것도 시장확대에 유리한 점이다.
시장 역시 충분한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최근 20년간 베트남은 매년 5% 이상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9270만 인구 중 40%가 35세 미만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기준 경제성장률은 6.8%로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롯데그룹은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베트남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1998년 처음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베트남에 발을 디딘 롯데는 이후 롯데제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16개 계열사가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J그룹 역시 베트남을 동남아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고 주력 식품·유통 계열사들을 진출시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냉장·냉동사업을 시작으로 현지 식품업체를 인수하며 소스, 간편식, 스낵 등 상온시장으로의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현재 베트남에 37개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프리미엄 베이커리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012년 베트남 단체급식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근처에 물류센터를 착공하고 올 4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식품·유통 시장 못지 않게 베트남 주류시장도 연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배트남 주류판매량과 판매액은 33억3100ℓ와 79억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8%, 10% 성장했다. 주류 소비량은 세계 16위에 이른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서 주로 소비되는 주류가 무색증류주라는 점에 착안해 알코올 도수 19.9도의 베트남 전용 참이슬 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과일소주 등에 대한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팝업스토어 진로포차 1호점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유통업체들이 중국 외에 두 번째 주력시장을 찾는 ‘계란 나눠담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인구가 많고 경제도 고속성장하는 베트남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