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의료기관 이용행태 개선, 과연 바뀔까

동력 잃은 의료기관 이용행태 개선, 과연 바뀔까

정부, 전달체계개편 사안별 접근 시도… “아쉽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기사승인 2018-04-18 09:16:51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기가 불편하기만하다. 그렇다고 의료기관들이 많은 돈을 벌고 편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폐업을 하지 않으려 생존을 걱정하는 동네 병·의원이 늘고 있다. 대형병원은 몰려드는 환자에 진료가 밀려 적기에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김 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자신이 최근 작성한 칼럼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의료전달체계’라고 표현하며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의료계가 상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솔직히 매우 어둡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까지 진행된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간 의견차로 무산된 상황을 비난하며 “대한민국 의료계 저체가 누군가는 망해야하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으며 개편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 돼야 개편이 가능할 모양”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제는 의료전달체계가 단순히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행태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가 보건의료체계를 바꾸고 대대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전제이자 기본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개편해도 정작 의료기관을 제대로 이용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환자가 몰리고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에 왜곡이 계속된다면 정책 효과는 반감되고 또 다른 왜곡을 낳을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추진 가능한 사안부터 진행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와의 협의는커녕 대화자리를 다시 만드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 복지부는 ▶만성질환 관리제와 ▶의뢰-회송 사업을 예로 들며 기능재정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부터 진행해왔던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에서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질환관리와 신뢰감 형성 등의 장점을 살린 ‘동네의원(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 포괄적 만성질환관리 사업’으로 전환하고 본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수가모형 검토 및 추진계획 수립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차 의료기관에서 2, 3차 의료기관으로의 진료의뢰 후 환자가 1차 의료기관으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 등을 막고, 의료기관 종별 연계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된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 또한 확대해 본사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은 2016년 5월 13개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전체 상급종병으로 확대됐으며 이달 1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61개소에서 시행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를 전체 종합병원급으로 확대하고 지역사회 기반 의료기관간 협력진료체계 모형개발 및 평가지표 개발 등 제도화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연구에 들어갔다.

연구용역을 발주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 내 진료의뢰-회송 활성화로 자체적 의료해결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으로 합리적인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판단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 또한 “의료전달체계 합의문 채택이 무산돼 포괄적인 전달체계 개편은 한동안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개별적인 사안들 중 논란이나 이견이 없었던 합의된 사항들을 중심으로 전달체계 개편은 지속해나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전달체계 개편이 쉽지는 않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병상 제한과 같은 기능적 개편과 의료기관 이용을 다소 불편하게 제한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환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해 몇몇 사안들을 제외한 전달체계 전반적인 개편은 당초 계획보다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 채택이 무산된 후 채택에 강하게 반발했던 외과계 의원급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별도로 토론회를 갖고 외과계 1차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단순 수술 및 응급상황에 대비한 병상확보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포럼 등을 통해 의료기관 구분을 종별에서 기능별로 재정립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대한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정부와의 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대화창구는 아직 열리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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