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α’ vs ‘도덕적양심’, 기로에 선 이대목동병원

‘200억원+α’ vs ‘도덕적양심’, 기로에 선 이대목동병원

복지부, 상급종병 지정탈락 통보… 종합병원 추락, 당연? 작위적?

기사승인 2018-04-20 08:01:05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며칠 앞둔 2017년 12월16일,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1병에서 나눠져 5시간 이상 상온에 보관된 지질영양주사제(스모프리피드)를 맞았고, 80여분 차이로 모두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게다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소식에 유가족과 사회는 놀랐고, 의료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평가를 마치고 발표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발생한 사건에 보건복지부 또한 당황했다. 악화되는 여론에 밀려 ‘지정유보’라는 전대미문의 결정도 내렸다.

그리고 만 3개월여가 지난 4월5일에는 그간의 경찰수사와 현지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탈락’을 병원에 통보했다. 탈락사유는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 24시간 배치규정 위반과 ▶신생아중환자실 폐쇄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지정 전제조건 미충족 2가지다.

지정평가 담당과장인 정은영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사건 발생 후 신생아중환자실이 폐쇄됐고, 현지조사에서 전담전문의 배치기준 위반사항을 확인해 재지정 탈락을 예고했고, 병원은 2주간의 이의신청기간동안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오는 23일(월요일)까지 병원의 결정을 기다려 확인한 다음 상급종합병원평가협의회를 소집해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병원은 2가지 선택지 앞에서 고통스런 결정을 떠밀려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 실리적 이의제기 vs 도덕적 수긍… 복잡한 셈법

이대목동병원 앞에 놓인 2장의 카드 중 하나는 복지부의 결정에 반대의사를 밝히며 실리를 챙기기 위한 법적 공방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재지정 탈락을 받아들이고 고개 숙여 악화된 여론을 달래고 도덕적 양심을 찾아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실리를 생각해 이의신청을 할 경우 병원은 복지부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돼 향후 병원 운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나빠진 민심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의 행정조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한다는 것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라며 “대다수의 상급종합병원이 전담전문의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고 실제 문제가 있었던 만큼 반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탈락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병원계 관계자는 “당초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결과 이대목동병원은 지정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었다”면서 “지정 유보는 법적 근거나 기준이 없는 여론에 근거한 복지부의 작위적 결정이었고, 지정 취소 또한 평가점수를 따지고 들어가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병원의 이의신청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풀이했다.

그렇다고 병원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복지부의 현지조사결과 사전통보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재지정 탈락에 따라 종합병원의 지위에 머물러야하고, 그로 인해 직접적인 진료수익이 2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도덕적, 사회적 흠결로 인한 추가손해도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병원계 관계자는 “재지정에 탈락한 지방대학병원의 경우 달라진 셈법에 따라 종별 가산금과 의료질평가지원금, 비급여 진료비 등을 자체 계산한 결과 약 1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규모가 큰 이대목동병원은 200억원이상 손해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 기준 이대목동병원의 요양급여 청구액이 1486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막대한 손해다. 인건비와 재료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하는 비용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의료기관 특성상 당장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병원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방법 모두 병원이 져야할 위험부담이 큰데다 돌이킬 수도 없어 선택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병원 고위관계자는 “아직 이의신청 기간이 남아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며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지조사결과에서 복지부가 지적한 위반사안들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이 종합병원으로 떨어질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추가지정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자진 반납한 사례가 있었다. 상종협의회에서 논의를 하겠지만 다시 지정을 하기도 힘들고 특히 서울지역이기에 소요병상수를 맞춰 추가지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정보류의 법적 근거문제 등 복지부의 자위적 행태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지정권자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돼 있고 복지부에 권한이 있는 만큼 재량권의 문제”라며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여러 상황과 기준에 근거해 보류를 결정했고, 유효기간이 끝나 자동적인 조치로 종합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준엽·전미옥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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